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달러 값, 미국 경기 좋고 증시 활황인데 왜 떨어지나

입력 2018-01-28 18:52:25 | 수정 2018-01-29 01:26:29 | 지면정보 2018-01-29 A23면
미국 이익만 앞세워 '약세' 고집 땐
달러 기축통화 지위 잃을 수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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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가 높은 전문가일수록 예측할 때 가장 경계하는 적(敵)이 ‘마이클 피시 현상’이다. 마이클 피시는 1987년 “30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초대형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는 한 어부의 제보를 무시해 영국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끼친 것으로 유명한 BBC방송의 기상 전문가다.

대표적인 마이클 피시 사례로 3년 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이후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꼽힌다. 이 예측이 나온 이후 달러인덱스는 11% 이상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하락속도가 더 빠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달러당 1060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Fed의 금리 인상에도 달러 값이 폭락하는 것을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경제 요인과 ‘마스(Mars)’로 지칭되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설명하면, 한마디로 두 요인 간 괴리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20년 만에 ‘골디락스(고성장 속 저물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회복세가 견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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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더 활황세다. 작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 71회로 69회에 달한 1995년 기록을 뛰어넘었다. 올 들어서는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20일 만에 25,000선과 26,000선을 잇따라 돌파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유포리아(과도한 투자심리 안도)’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머큐리 요인만 따진다면 달러 값은 강세를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달러 값엔 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달러 값을 따질 때 안보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달러 값은 트럼프 정부의 국익 우선주의로 중국 등 최대 보유국이 달러 비중을 줄이면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머큐리 요인으로 달러 값은 강세가 돼야 하는데 마스 요인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교역국으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미국 국익만을 생각하는 달러 약세 정책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극단적인 보호주의 수단에 해당한다.

미국 이외 교역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달러 약세에 맞대응해 자국 통화 값을 떨어뜨리는 ‘환율전쟁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도 모두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세계 경제는 침체된다. 다른 하나는 국제 결제와 외화 보유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는 ‘탈(脫)달러화 방안’으로 해당 국가보다 미국이 더 충격을 받는다.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 때문에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과정에서 달러 위주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 즉 △기축통화 유동성과 신뢰도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기축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 보유 부담 등이 더 커진다.

트리핀 딜레마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제시한 것으로 유동성과 신뢰도 간 상충관계를 말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부채 증가로 신뢰도가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환류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미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정부가 기로에 놓여 있다. 머큐리 요인에 해당하는 만큼 달러 강세를 용인한다면 브레턴우즈 체제가 재차 강화되면서 세계를 대상으로 ‘화폐발행 차익(global seigniorage)’을 계속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이익만 앞세워 달러 약세를 고집한다면 미국 이외 국가는 종전처럼 환율전쟁보다 탈달러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처럼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탈달러화는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달러 함정이란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달러를 내다팔면 가치가 떨어져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에서 ‘강세’를 선호한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과연 달러 값과 원·달러 환율 흐름은 어떻게 바뀔까.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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