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 속에 25% 영업이익률 기록… 한앤컴퍼니의 '매직'

입력 2018-01-11 17:28:29 | 수정 2018-01-11 22:46:10 | 지면정보 2018-01-12 A21면
PEF의 기업 구조혁신 (8) 한앤컴퍼니의 역발상 M&A

한진해운·현대상선 전용선 사업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 설립
대기업 구조조정 도우면서 규모의 경제 확보해 '윈윈'
1년 만에 국내 2위 벌크선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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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 24.4%,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연평균 42.0%’.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반도체나 정보기술(IT) 업체 성적표가 아니다. 어려운 업황 속을 항해하고 있는 해운업체가 이룬 성과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2014년 7월 설립한 벌크 전용선 전문 해운사 에이치라인해운은 매년 20%를 훌쩍 넘는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설립 1년 만인 2015년 대한해운을 제치고 매출 기준 국내 2위 벌크선사로 자리매김했다. 영업이익에서는 1위인 팬오션을 추월했다. 경쟁업체들이 ‘한앤컴퍼니의 매직’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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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위기를 기회로 ‘역발상 전략’

2010년 한앤컴퍼니를 설립한 한상원 대표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뭘까’ 고민하다 해운업을 떠올렸다. ‘세계 10대 무역대국’ 한국에서 해운업을 빼놓고 투자를 생각하기 어려웠다. 마침 경기도 바닥이었다. 어려울 때 투자하면 업계 구조조정에 도움을 주면서 경기 반등 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첫 투자 기회는 2012년 9월께 찾아왔다. 유동성이 악화된 STX그룹이 국내 1위 벌크선사 STX팬오션(현 팬오션)을 매물로 내놨다. 법정관리를 밟던 국내 2위 벌크선사 대한해운도 비슷한 시기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한앤컴퍼니는 두 회사 모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벌크선사 인수를 위한 실사를 벌인 건 해운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철광석 석탄 곡물 연료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사업은 부침이 심하다. 화물 수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다 보니 영업실적이 글로벌 경기에 크게 좌우된다. 운임이 상승하면 해운사들이 많은 돈을 벌어 경쟁적으로 배를 짓고, 이는 곧 선복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민간 주도 선제적 구조조정 ‘모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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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변동성이 큰 해운업에서도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량 화주들과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철광석 가스 석탄 등 화물을 운송하는 이른바 ‘전용선’ 사업이다. 계약이 있어야 배를 짓는 데다 운임도 미리 정해놓기 때문에 시황에 따른 위험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었다.

전용선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한앤컴퍼니는 2013년 봄 재무구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던 한진해운을 찾아갔다.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용선 사업 부문을 매각할 것”을 제안했다. 오랜 설득 작업 끝에 한진해운을 움직였다.

그해 12월 한앤컴퍼니는 장기 운송계약이 맺어진 한진해운의 전용선 36척(벌크29척, LNG선 7척)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이 설립한 합작사에 한진해운이 선박을 현물출자하고 합작사 지분 76%를 한앤컴퍼니가 3000억원에 인수하는 구조다. 약 1조4000억원의 선박금융과 금융부채도 합작사로 함께 이전됐다. 이 거래로 1000%에 육박하던 한진해운 부채비율이 약 680%로 낮아졌다.

사모펀드가 대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이끌어낸 첫 사례였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화주 동의를 거쳐 이듬해 7월 공식 출범했다.

◆“종합 해운업체로 육성할 것”

2015년 말에는 역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현대상선이 자사의 벌크 전용선 사업을 인수해줄 것을 제안해 왔다. 에이치라인이 또 한번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도우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윈윈 거래’라는 게 한앤컴퍼니 판단이었다.

거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6년 2월5일 본계약을 맺었다. 에이치라인이 현대상선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고 포스코 한국전력 등과 장기 운송계약이 맺어진 벌크선 12척과 3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인수했다. 이 거래로 에이치라인은 시장점유율 40%의 국내 1위 벌크 전용선사로 성장했다.

한앤컴퍼니는 이후에도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측이 어려운 시장 리스크를 모두 제거했다. 예를 들어 유가가 올라 연료비가 상승하면 운임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선박을 살 때 빌리는 선박금융 대출 금리는 스와프 거래를 통해 모두 고정금리로 바꿨다. 원가 절감 등 운영 효율화 노력도 병행했다. 과거 해운사들이 그룹 내 선박관리 계열사에 맡기던 선용품 공급, 안전관리, 보험 등 선박관리 업무를 자체 처리하고 구매 합리화를 통해 원가 20%가량을 절감했다.

2016년 에이치라인 영업이익은 1934억원으로 2015년(1326억원)에 비해 46%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22.6%에서 29.6%로 높아졌다. 설립 2년여 만인 2016년 11월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상향 조정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해운사의 신용등급이 올라간 건 에이치라인이 처음이다.

개선된 원가경쟁력과 신용도는 영업 확대를 위한 디딤돌이 됐다. 에이치라인은 지난해 하반기 브라질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와 2척, 현대글로비스와 1척의 장기 운송계약을 맺었다. 김재민 한앤컴퍼니 전무는 “내년부터는 수주 확대뿐 아니라 유조선 등 신사업에도 진출해 종합 해운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안대규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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