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큐! IPO

공장도 브랜드도 없이 美에 화장품 1억불 수출하는 'CTK코스메틱스'

입력 2017-10-27 09:58:13 | 수정 2017-10-27 17:57:18
정인용 CTK코스메틱스 대표(사진=CTK코스메틱스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정인용 CTK코스메틱스 대표(사진=CTK코스메틱스 제공)


자체 공장도 없고 브랜드도 없지만 미국에 지난해 1억달러(약 1133억원) 가까이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을 수출한 회사가 있다. 화장품 '풀(full)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를 표방하는 CTK코스메틱스다.

정인용 CTK코스메틱스 대표이사(사진)는 "지난해 CTK코스메틱스의 미국 수출액이 약 1억달러에 달했다"며 "2020년까지 매출이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TK코스메틱스는 화장품 브랜드로부터 수주를 받아 제품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및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일괄생산(턴키)해 납품하는 B2B(기업 간 거래) 회사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통해 화장품을 생산한다.

매출 전부가 미국과 유럽계 기업에서 발생하며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을 비롯해 10위권에 속한 에스티로더·LVMH 등 소속 다수의 브랜드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화장품 수출 규모가 총 3억1685만달러(무역협회 기준)였다는 점에 비춰 전체 수출 중 3분의 1 가량이 CTK코스메틱스에서 발생한 셈이다.

◆ "화장품 '풀 서비스' 기업 탄생…'비디비치' 덕"

정 대표는 화장품 업계에서 브랜드에 원스톱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풀 서비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풀 서비스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쓴 맛을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학생시절부터 부친의 사업을 도운 정 대표는 2001년 화장품 용기 제작을 위해 CTK코스메틱스를 설립했다. 이듬해 사업상으로 만나게 된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원장과 합심한 정 대표는 이 원장의 화장법 노하우를 담은 브랜드 '비디비치코스메틱스'(법인명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소속 비디비치)를 탄생시킨다.

비디비치코스메틱스는 당시 신생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고 홍콩에도 진출했으나 경영은 순탄치 못했다.

그는 "포뮬러(내용물) 제조자개발생산(ODM)·OEM업체, 용기제조업체, 포장지 업체 등과 개별적으로 연락해 제품을 개발·제조하다 보니 시간과 인력이 과도하게 소요됐고 각사별로 최소주문수량(MOQ)이 달라 재고관리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ODM·OEM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내용물과 용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성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정 대표는 2008년 비디비치코스메틱와 결별하며 브랜드 사업에 대한 도전을 중단했지만 이는 새로운 도전의 자양분이 됐다.

브랜드 회사에 제품 기획, 개발, 생산까지 일괄생산방식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 수요가 커질 것이란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은 고충을 사업 아이디어로 전환한 정 대표는 2008년 CTK코스메틱스로 복귀하며 풀 서비스라는 새 사업을 시작한다.

무(無)공장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고객인 브랜드사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놓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를 예로 들며 플랫폼 기업의 강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장을 보유한 OEM 업체는 자사 공장에 최적화된 제품에 치중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브랜드에 최적화된 용기 및 제형의 OEM 업체를 택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맞춤별로 최적의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화장품 업계의 익스피디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풀 서비스, 첫 3년간 수주 실적 '제로'였다"

정 대표는 2009년부터 야심차게 화장품 풀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잘 풀린 것은 아니었다. 첫 주문이 발생하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과거 부친 시절부터 화장품 용기 관련 오랜 업력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백인 고객이 주류인 고객사의 신뢰를 얻어내기에는 벽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그는 "비디비치코스메틱스에서 함께 일한 임원들과 '3년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풀 서비스 사업에 매달렸지만 고객사의 담당부서도 달랐고, 기획안에 대한 반응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용기를 제작하던 아시아 협력사가 피부에 바르는 포뮬러에 대한 기획안을 제안하니 고객사 입장에서는 종종 시험해보려는 경우도 있었다"며 "3년 가까이 한 건도 풀 서비스 계약을 따지 못 한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구를 계속하며 한층 뛰어난 기획안으로 고객사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결과, 거래를 트게 됐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그는 "3년에 가까워지던 어느날 거짓말처럼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꾸준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신뢰를 쌓은 고객사들이 응답했고, 작은 고객사도 소홀히하지 않은 결과가 급격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신생 화장품 브랜드가 급성장하는 국면에서 CTK코스메틱스도 함께 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최근 5년간 CTK코스메틱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00%. 지난해에는 매출이 단숨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388억원, 267억원으로 전년보다 120%, 11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33억원으로 126% 늘었다.

◆ "상장으로 풀 서비스 플랫폼의 판을 키울 것"

CTK코스메틱스는 기업공개(IPO)를 발판으로 '풀 서비스 플랫폼'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모자금을 활용해 한국 OEM 업체들과만 일하던 '메이드인 코리아' 거래선을 해외 OEM·ODM 업체로 다양화하기 위한 제반 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자회사를 통해 새로 시작하는 물류서비스의 초석을 다질 계획이다.

정 대표는 "총 1000억원 규모로 기대되는 공모자금 중 일부는 올해 미국에서 시작하는 물류센터인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에 투자해 브랜드 고객사에게 재고자산 관리의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며 "브랜드 업체가 단 하나의 주문서(PO)로 고객에게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할 경우 시너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여러 유통사들과 손잡고 자체브랜드(PB) 개념의 브랜드 사업에도 뛰어들어 플랫폼의 판을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해외 대기업 유통사들이 화장품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노하우를 보유한 CKT코스메틱스에게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는 프로젝트가 줄을 잇고 있다"며 "자본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바이어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에서 초기에 지분 참여를 단행, 향후 추가적인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고객사 지역 다변화 계획도 내비쳤다. 현재 미국과 유럽계 기업을 통해서만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나 중화권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고객사인 글로벌 브랜드의 성장에 따른 대응에 급급한 상황이었다"면서도 "시장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중화권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CTK코스메틱스의 고객 중 중국 기업이 없는 만큼 직접적인 중국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고객 브랜드의 중국 진출로 간접적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의 수혜는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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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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