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탈달러화 움직임… '원화 국제화' 시급

입력 2017-10-01 16:46:08 | 수정 2017-10-01 20:59:20 | 지면정보 2017-10-02 A17면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금융위기 겪으며 달러화 위상 '흔들'
대외환경 의존도 높은 한국
외화보유 구성·결제 통화 다변화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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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가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핵 위기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국의 탈(脫)달러화 조짐도 뚜렷하다. 중화경제권에 속한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이란, 이라크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도 원유대금 결제에서 달러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2차 대전 이후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화 위상이 흔들리는 가장 큰 요인은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 때문이다.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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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지(Trump’s volition)’도 가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달러 약세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중국, 한국,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의 인위적인 평가절하에 따른 피해의식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가 강세가 되면 무역적자 축소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재 국제통화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가 경제 다극화가 진전되면서 노출되고 있는 점도 원인이다. 브레턴우즈 체제로 통칭되는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보유에 따른 부담 등이 결점으로 지적돼 왔다.

트리핀 딜레마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제시한 것으로 유동성과 신뢰성 간의 상충관계를 말한다. 중심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부채 증가로 신뢰성이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환류되고, 미국이 중심통화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그 결과 킹스턴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됐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하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면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유일한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도적으로 대외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독일, 중국 등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어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한다.

특정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쟁국에 전가된다.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특히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가 평가절하하면 그 충격은 커진다. 이 때문에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전쟁을 줄이기 위해 논의됐던 안정책이 다시 거론되고 있으나 오히려 이번에는 트럼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중심통화 논의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새로운 중심통화 논의는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된 방안이다. 중국이 제안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과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의 테라(Terra), 글로벌 유로화 방안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동통화 도입 논의다.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라는 중국의 야심찬 목적이 작용하고 있지만 중화경제권과 화인경제권을 중심으로 위안화 단일 경제권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중동, 남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도 유로화 구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통화가 지역 공동통화 혹은 새로운 중심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래적 기능과 지역 혹은 세계 중심통화로서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화폐가 가져야 할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단위 등의 본래적 기능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

2차 대전 이후 ‘브레턴우즈→스미스소니언→킹스턴 체제’로 대변되는 달러 중심 체제의 균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경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어느 국가보다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외화보유 구성과 결제상의 통화 다변화, 원화 국제화, 아시아 공동통화 도입 논의의 주도권 확보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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