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이프가드' 만지작…찡그린 태양광업계

입력 2017-09-24 19:47:16 | 수정 2017-09-25 05:55:55 | 지면정보 2017-09-25 A17면
철강·세탁기 이어 통상 압박
"한국·중국·멕시코산 저가 공세로 미국 태양광 산업 피해봤다"

FTA 체결했는데…
한화큐셀·LG전자·현대중공업그린…폴리실리콘 생산 OCI 피해 우려

미국 현지서도 입장 엇갈려
"세이프가드땐 산업 더 위축되고 일자리 8만8000개 사라질 수도"
미국 정부가 한국 등지에서 수입한 태양광전지 및 패널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판정했다. 오는 11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철강과 세탁기 등 가전 제품에 이어 태양광전지까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무차별 통상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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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가드, 15년 만에 부활하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2일 한국과 중국, 멕시코 등지에서 수입한 태양광전지가 미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만장일치로 판정했다. ITC는 무역법 201조에 의거해 11월1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권고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무역법 201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 급증으로 미국 해당 산업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령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통령은 ITC의 권고를 받은 뒤 해당 품목의 관세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 등을 결정할 수 있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당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했으며 협정 위배 판정을 받았다.

태양광 전지 조사는 지난 4월 파산을 신청한 미국 태양광전지 제조업체 수니바의 청원으로 시작됐다. 수니바는 중국, 한국산 태양광전지의 저가 공세로 미국의 관련산업이 파국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세계 태양광전지 시장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1%에서 11%로 하락했고, 2012년 이후 48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 생산된 태양광전지에 대해 W당 40센트의 수입관세를, 태양광패널에는 W당 78센트의 수입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청원했다.

한국 태양광업계 ‘비상’

ITC의 판정에 따라 세이프가드 발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태양광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ITC에 따르면 미국 내 태양광전지 및 패널 수입국 비율은 말레이시아(36%), 한국(21%), 베트남(9%), 태국(9%), 중국(8%) 순이다.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이 미국에 태양광전지 및 패널을 직접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12억달러에 이른다. 신성이엔지는 멕시코를 경유해 제품을 공급한다.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역시 간접 영향권에 있다.

정부는 다음달 3일 열리는 ITC의 2차 공청회에서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점을 부각시키며 한국산 제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와 국내 기업은 지난달 1차 공청회 당시 한국산 태양광전지가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인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수입 증가’와 ‘심각한 피해 원인’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제품 가격이 다른 외국산보다 평균 15% 높아 저가 공세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조되는 미국의 전방위 통상압박

수출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 국면과 맞물려 트럼프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무역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5일 ITC는 삼성,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미국 가전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지를 판정할 예정이다. 철강 역시 통상압박이 강화되는 품목이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내 반대여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상·하원 의원 69명은 지난달 국제무역위에 보낸 서한에서 외국산 태양광전지에 대한 수입규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세이프가드 조처가 발동하면 패널 가격이 올라 미국 태양광산업이 위축돼 내년에 관련 일자리 8만8000개가 사라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고재연 기자/ 박수진=워싱턴 특파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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