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늘어나는 부동산 대기 자금… 유망 대체 투자처는

입력 2017-08-20 18:20:19 | 수정 2017-08-20 22:45:24 | 지면정보 2017-08-21 A23면
8·2 대책 효과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
부동산 자금, 증시 유입 가능성 적어
국내는 토지, 해외는 신흥국 국채 '관심'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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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지 3주째 접어들었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과 함께 부동산 대기 자금이 늘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추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혔느냐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겠지만 당초 예상보다 빠른 안정세다. 부동산 대기 자금이란 부동산 매각 자금과 매입계획 자금을 말한다.

앞으로 부동산 대기 자금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금융 규제, 세제 강화, 주택청약저축 우선순위 조정 등 8·2 대책에 강도 높은 수단이 포함된 데다 현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더 강한 부동산 추가 대책이 주머니에 많다”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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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부동산 대기 자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양대 원칙인 ‘안정성’과 ‘수익성’ 중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선호’로 나뉜다. 부동산 대기 자금은 한국에서는 정책적 요인으로 후자로 인식되고 있으나 전자와 후자의 경계, 즉 ‘준안정성 성격(quasi-flight to quality)’이 짙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작은 것도 이 때문이다. 8·2 대책 발표 이후 뒤늦게 ‘대세 상승론’을 외친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부동산 대기 자금이 유입돼 코스피지수가 2700~3000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내놓았다. 비상식적이고 판에 박힌 도식적인 생각이다.

부동산 대기 자금과 주식 매입 자금 간 대체 계수는 0.2 안팎으로 주요 국가에 비해 낮게 나온다. 비대칭성도 존재한다. 주식 매도 자금이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보다 부동산 매각 자금이 주식 매입 대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훨씬 낮다. 한마디로 부동산 대기 자금은 부동산 시장에 그대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다면 주택이나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보다 토지 투자를 생각해 볼 만하다. 현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 의지가 강해 집권 내내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아직까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을 유동화시킬 만한 뚜렷한 금융상품이 없다. 그 대신 노무현 정부 때 미완성으로 그친 ‘국토 균형화 발전정책’을 마무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라 밖으로 부동산 대기 자금의 대체 투자처를 모색해 보면 글로벌 부동산 투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세계주택가격지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직전 수준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온다. ‘하우스 유포리아’에 대한 기대보다 ‘GHC(great housing crash·주택시장 대폭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구입 능력 면에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 투자 면에서 주택수익 비율(P/R)을 산출해 보면 P/R은 대부분 국가에서 장기 평균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P/R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도 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높고 투자 수익 면에서도 크게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미국 달러와 국채, 금, 은 등과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종전보다 안정성이 떨어졌는데도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는 양적완화 축소, 정책금리 인상,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갈(국채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다.

‘준안정성’이라는 부동산 대기 자금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장 적합한 대체 투자처는 신흥국 국채다. 신흥국에는 200개가 넘는 나라가 속해 있으나 국내 투자자가 접근 가능한 신흥국 국채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그리고 최근에 경제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폴란드 등 동유럽 국채 정도다.

브라질 국채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탄핵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났다. 성장률도 3년 만에 플러스 국면으로 돌아서 중장기적인 대체 투자처로 큰 무리는 없다. 러시아 국채도 연 7~8%대 수익에다 루블화 가치도 안정돼 있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없는 만큼 단기 대체 투자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멕시코 국채는 건전성 면에서 가장 유망해 보이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기피 대상으로 멕시코를 지목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부 투자자가 선호하는 베네수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채는 국가 부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 정부도 부동산 대기 자금이 갈 수 있는 대체 투자처를 마련해줘야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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