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워런 버핏과 폴 싱어 '세기의 대결'…그 결말은

입력 2017-07-16 19:25:50 | 수정 2017-07-17 04:41:39 | 지면정보 2017-07-17 A23면
가치투자 - 행동주의 투자 격돌
투자 패턴·문화·경영 등에 영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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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를 꿈꾼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를 모두 고객에게 되돌려주고 난 뒤 소로스란 이름은 자주 들리지 않는다. 그 자리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가 꿰찼다. 새로운 부(富)의 양강, ‘버핏과 싱어 간 세기의 대결’이 벌어지면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이 두 투자의 거물이 정확히 얼마를 갖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싱어의 경우가 그렇다. 헤지펀드 운영자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기업 경영을 통해 돈을 번 사람을 제외하고는 돈을 굴려 부자가 된 전형적인 재테크형 부자 가운데 재산 규모 면에서 쌍두마차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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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누구에게나 거부 반응이 없다. 반면 폴 싱어는 ‘냉혈 인간’이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 사람들이 다가갈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지켜본 우리 국민에게는 더욱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

같은 부자라 하더라도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두 사람이 걸어온 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버핏은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돈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소위 몸에 밴 ‘체화(embodied)된 부자’다. 이에 비해 싱어는 뒤늦게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큰돈을 버는 ‘벌처(vulture) 펀드’라는 악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추구하는 돈에 대한 관념도 다르다. 버핏은 부모 세대로부터 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도구라고 배웠다. 다시 말해 돈을 벌거나 쓰는 데 있어 여유가 있다. 싱어는 돈이 주는 다양한 이점보다 돈 그 자체를 버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처럼 보인다.

돈에 대한 개념은 일상생활이나 투자 방법, 부자가 된 이후 돈을 어떻게 쓰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버핏의 일상생활은 검소하다.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오래된 뿔테 안경과 20년 이상 된 캠리 자동차, 오마하의 작은 집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2006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약속’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버핏만큼은 아니지만 싱어도 일상생활에서는 검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 검소한 것은 이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슈퍼 리치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싱어가 돈을 아끼는 과정에서 기부 등에 인색한 것은 버핏과 다른 점이다.

돈에 대한 개념은 돈을 버는 방법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돈에 대해 여유가 있는 버핏은 돈을 버는 데 조급해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온정적 혹은 공생적 자본주의’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투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같은 맥락에서 우량 종목은 언젠가는 시장에서 평가받는다는 소위 가치투자가 가능해진다. 지금은 낮게 평가되지만 이를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면 나중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가치투자의 원칙은 국내 증시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서 가장 큰 축이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 원칙을 지킬 경우 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예상할 수 있고, 투명성이 확보되는 투자문화가 조성되고 기업에는 정도경영(正道經營)을 촉진시키는 장점이 따른다.

싱어는 이와 상당히 다르다.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명분 아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에 피해국과 피해 기업이 겪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카지노 자본주의’다. 이 때문에 투자 상대국의 경제정책이 무력화된다. 외국 자본이 금융수익을 최우선시함에 따라 해당국의 정책에 비협조적일 때가 많다.

투자 기업의 경영권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분할, 적대적 인수합병(M&A), 지배구조 개선, 배당 증대,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추세다. 이른바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 패턴’에서는 종전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비중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느끼는 경영권 위협 정도는 더 심해진다.

버핏 소유 회사인 온코의 모회사 에너지퓨처홀딩스 인수 조건에 싱어가 적극 반발하면서 ‘세기의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체적인 여건은 싱어가 유리하다. 이 싸움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뿐만 아니라 투자 패턴과 문화, 그리고 각국의 금융정책과 기업 경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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