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자로 변신…"한국 증권사 글로벌 IB 도약 원년"

입력 2017-07-06 17:58:39 | 수정 2017-07-07 06:35:16 | 지면정보 2017-07-07 A20면
막 오르는 초대형 IB 시대 (2) 증권 70년 역사가 바뀐다

증권사 '천수답 경영' 탈피
매매 수수료 의존 한계 벗어나 기업금융 등 수익 모델 확대

수익 구조에도 지각 변동
2019년 영업이익 44% 증가 예상…증권사별 신규 수익 1000억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출범은 1949년 국내 1호 증권사인 대한증권(현 교보증권) 설립 이래 증권산업의 수익구조를 가장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자본시장의 자금 중개업무에 머물러 있던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 공급자로 변신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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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사업 모델, 판이 바뀐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 삼성 한국투자 등 다섯 개 증권사들은 7일 사업계획을 담은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일괄 제출한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이들 초대형 IB 후보들은 출범 3년 내 기존 영업이익의 40%가 넘는 신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9월께 단기금융업 인가를 얻으면 관련 이익이 2019년 이후 각사당 평균 102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이들 5개 대형 증권사의 합산 영업이익 1조1600억원의 44%에 달하는 5100억원의 신규 수익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단기금융업무란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한해 허용하기로 한 사업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증권사들은 최장 1년짜리 발행어음을 찍어 이 돈을 기업금융 등에 쓸 수 있다. 발행어음 조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다. 초대형 IB 후보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잔액을 단계적으로 늘려 2019년 말 발행 잔액을 총 35조원까지 확대하고 발행 잔액 대비 연 1.45%포인트(투자수익과 발행어음 비용의 차이)를 수익으로 챙긴다는 복안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업무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수익구조는 글로벌 IB에 가까워진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직접투자·대출(15%), 자산관리(15%), 회사채·주식 인수 및 인수합병(M&A) 자문(16%) 분야에서 균형 잡힌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단순 중개수수료 수입은 전체의 9%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주식 거래량 증감에 따라 이익이 크게 달라지는 ‘천수답’ 경영에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증권사들의 기존 자금조달 수단인 초단기 환매조건부증권(RP)과 비교해 효율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중개업에 집중해온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과 종합기업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경쟁력 강화…글로벌 도약

단기금융업무 인가는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도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초대형 IB 다섯 후보들은 총 47조여원(5개사 자기자본 23조6000억원의 두 배)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각 증권사에 9조원의 실탄을 보유한 종합금융회사를 통째로 붙여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는 증권사에는 발행어음보다 만기가 긴 수신(자금조달)이 가능한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도 허용해 투자 여력을 높여줄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는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3월 말 현재 6조60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갖춰 인가 요건에 가장 근접해 있다.

글로벌 수위 IB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3월 말 현재 약 100조원에 달한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는 29조원,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20조원이다. 말레이시아 1위 증권사인 CIMB도 13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추고 있다.

초대형 IB를 준비 중인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체급을 올려 몸을 만드는 시작 단계”라며 “올해가 한국 증권사의 글로벌 IB 도약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김병근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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