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Fed의 자산 매각…'강남 아파트 불패론' 꺾이나

입력 2017-06-18 17:49:33 | 수정 2017-06-19 04:50:43 | 지면정보 2017-06-19 A28면
한국 등 신흥국 '긴축 발작' 우려
목표별 수단 간 '정책 조합'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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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6월 Fed 회의가 끝나자마자 미국 학계와 월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보유자산 매각이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규모로 추진될 것인가’다.

Fed가 금리 인상과 별도로 보유자산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금리 인상 과정에서 급증하는 이자 부담으로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 신뢰성이 훼손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간 240억달러에 달하는 Fed의 이자 부담이 보유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최소 400억달러에 육박해 Fed의 수지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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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높아지는 자산시장 거품 우려도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산시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다른 어떤 시장보다 증시에서 거품 우려가 높아졌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 평가기법으로 분석한 S&P500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수익률 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Fed의 가치모형(FVM)을 통해 평가해 보더라도 S&P500의 선행이익률이 국채 10년물 수익률 대비 약 2.2배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2.1배였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6월 Fed 회의에서 보유자산 축소 시기와 방식, 규모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연방은행이 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월 Fed 회의 이전만 하더라도 ‘내년 1분기’에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봤으나 6월 Fed 회의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올해 9월’로 앞당겨졌다.

보유자산 매각 방식에 대해 일부 시장 참가자는 Fed가 자산 매각을 통해 빠른 정상화 과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닛 옐런 의장은 만기 도래분과 조기 상환분의 재투자를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로로 중단해 나갈 방침임을 강조해왔다.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옐런 의장을 비롯한 Fed가 강조하고 있는 정상화 원칙만을 토대로 적정 보유자산과 매각 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변한 경제 여건과 통화정책 환경을 고려했을 때 Fed가 자산 축소를 시작하더라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조달러 내외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6월 Fed 회의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국채 6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억달러를 월별 한도로 정하고 최종 한도가 각각 300억달러, 200억달러에 이를 때까지 분기마다 60억달러, 40억달러씩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종 한도 기준으로 내년에 2000억달러가 축소된다. 같은 해 만기 도래분이 43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 테이퍼링’에 해당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처음 언급했을 때 발생한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Fed가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대규모 자본 유출 우려 등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분명한 것은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하면 금리 인상 때보다 신흥국에서 테이퍼 텐트럼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책금리 인상은 시장금리를 반드시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그린스펀 수수께끼)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보유자산 매각은 시장금리를 직접적으로 올리는 효과가 있다.

Fed가 출구전략(양적완화 중단→금리 인상→보유자산 매각)의 최종 단계인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하면 자금 이탈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신흥국은 한 단계 밑인 금리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이른바 ‘스텔스 테이퍼링’으로 한국처럼 외환위기와 ‘강남 아파트 불패론’ 같은 낙인 효과가 공존하는 국가에 필요한 정책이다.

6월 Fed 회의 이후 국내에서는 경기부양과 금리 인상을 놓고 우선순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부동산 과열, 높은 청년실업 등에 시달리고 대외적으로 자금 이탈 등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정책목표와 수단을 함께 가져가는 ‘틴버겐 정리(Tinbergen’s theorem)’에 의한 정책 조합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거품(가계부채 포함)과 자금 이탈 대책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경기부양과 고용 창출은 재정정책, 핫머니 유입과 과다 원화 절상 방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영구적 불태환 정책(PSI)’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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