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2차 공세 나선 엘리엇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명분 준 엘리엇…이재용호 속도 내나

입력 2016-10-06 17:30:52 | 수정 2016-10-07 00:02:55 | 지면정보 2016-10-07 A3면
엘리엇의 4대 요구…삼성 입장은
① 삼성전자 분할
검토해볼 사안…야당 '상법 개정안' 걸림돌


삼성은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분할 요구 등을 받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엘리엇의 자세가 작년과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반대와 공격을 일삼던 모습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지배에 불만이 없음을 밝혔다.

게다가 네 가지 요구 중 핵심인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그룹 지주회사 설립 등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이 추진해오던 것이다. 삼성은 엘리엇 제안의 타당성과 함께 숨겨진 노림수가 없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재계는 삼성이 삼성전자 분할 등 일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경우 지지부진하던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한데 이번에 엘리엇이 스스로 삼성전자 분할을 제안해온 것이다. 5일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다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7월 회사의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것) 때 나뉜 자사주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걸림돌도 없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자사주를 통한 분할을 막는) 법이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사 분할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엘리엇의 제안에 노림수는 없는지뿐만 아니라 삼성을 둘러싼 환경 등 여러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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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30조원 배당
배당 계속 늘리겠지만 투자할 돈 남겨둬야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주주환원정책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 지난해 10월 “2017년까지 3년간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의 30~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며 11조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요구한 주당 24만5000원, 30조원을 특별배당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설비투자에 25조원 이상을 쓰고 있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뛰어들면서 치킨게임을 앞두고 있다. 또 자동차 전자장비, 바이오 등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을 준비 중이다. 미래 성장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주주에게 모두 나눠줄 수 없다는 게 삼성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③ 나스닥 상장
'특별한 실익 없다' 결론…추진 안할 것


분할된 삼성전자 사업회사(옵코)를 한국 거래소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하라는 게 엘리엇의 세 번째 요구다.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해선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론자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외에도 상장해야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내와 금융환경이 판이한 해외 증시에 가면 생소한 공시의무 등 새로운 의무를 지게 되는 만큼 필요없다는 반대 측 주장도 강했다. 2000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하다가 ‘특별한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단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엔 매년 2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최근엔 해외 증시 상장과 관련한 내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④ 사외이사 3인 추가
‘해외주주만 덕보는 정책 밀어붙일라’ 우려


엘리엇이 요구한 독립 사외이사 3인 추가 방안은 삼성전자가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 엘리엇은 퀄컴 애플 TSMC 마이크론 등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 비해 삼성전자가 독립성, 이사진의 업무 경험,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뒤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해외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하지만 내부에선 삼성 문화를 모르는 해외 이사나 소액주주 대표를 이사회에 3명씩이나 받아들이는 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를 허용하면 엘리엇 등 헤지펀드 인사가 사외이사로 임명돼 현금배당 확대 등 주주에게만 이롭고 회사 전체엔 해로운 정책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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