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쇼크' 3대 쟁점

입력 2016-10-02 18:58:46 | 수정 2016-10-03 13:47:05 | 지면정보 2016-10-03 A4면
29분 늑장 공시 왜…한미약품 "절차 문제" vs 거래소 "언제든 가능"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에서 폐암치료제 올무티닙 기술수출 취소와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공시 지연 등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에서 폐암치료제 올무티닙 기술수출 취소와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공시 지연 등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① 전날 통보받고 왜 개장 뒤 공시했나

한미 "자료검토 뒤 아침에 논의하다 지연"
거래소 "전자공시·야간접수 모두 가능"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 기술수출 계약 파기를 둘러싸고 늑장 공시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하루 차이로 호재와 악재를 잇달아 발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피해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는데도 한미약품 측과 한국거래소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어수룩한 대처로 한국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들이 빛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장 시작 29분 뒤에야 악재성 공시를 내놓은 것과 관련, “늑장 공시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2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악재성 공시가) 지연됐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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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에 따르면 이 회사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개발 중단 이메일 통지를 받은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이다. 한미약품 측은 내용 검토 등을 거쳐 회사 관계자가 30일 오전 8시30분에 한국거래소를 방문, 8시40분부터 공시 관련 작업을 했다. 최종적으로 공시가 나온 것은 오전 9시29분이었다.

전날 장 마감 후 나온 미국 제넨텍과의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공시 덕에 장 초반 5%가량 오르던 한미약품 주가는 순식간에 18.06% 급락했다. 김 부사장은 “관련 증빙 자료를 검토하고 당초 계약 규모와 실제 수취 금액 간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측은 한미약품이 고의적으로 늑장 공시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거래소와 협의 없이 전자공시시스템으로 언제든 공시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는 급박한 사안인 경우엔 공시담당 직원과 야간 당직자 등을 통해 심야에도 공시를 접수한다.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에 반영하는 호가 접수가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오전 6시부터 공시담당 직원이 근무한다. 하지만 한미약품 측이 공시담당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게 거래소 측의 주장이다.

한미약품이 전자공시시스템으로 공시하지 않은 배경도 논쟁거리다. 한미약품 측은 “전자공시시스템은 회사 담당자가 입력하고 증권거래소 담당자가 검토 후 승인하면서 공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공시부는 “한미약품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장 시작 전에 언제든 공시를 낼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거래소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 등의 조사에도 들어갔다. 장 개시 29분간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대량 매도하거나 공매도해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파악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채현주 거래소 공시부장은 “공정공시 위반 조사와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여부 등을 검토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② 울무티닙 안전성은 문제없나

한미 "이상 있다고 임상 중단하진 않아"
식약처 "피부괴사 발생…신규 처방 금지"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항암제 올무티닙에 대한 개발 중단을 발표한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의 신규 환자 처방을 금지했다. 올무티닙의 임상시험 3상에 참여한 환자 731명 중 3명에게 중증피부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사망한 환자 2명 중 한 명은 피부 괴사를 일으키는 중증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 5월 내성이 생긴 말기 암 환자에게 조기에 사용될 수 있도록 올무티닙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한미약품이 올무티닙의 부작용을 처음 보고한 것은 4월이었다. 이후 6월과 9월에도 부작용이 보고됐다. 손지웅 한미약품 연구개발(R&D)총괄 부사장은 “통상 항암제 등의 개발 과정에서 사망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개발을 중단하진 않는다”며 “치료제의 위험과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주는 이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허가당국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파기 결정에 손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가 나온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올 7월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하는 등 경쟁 제품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③ 다른 기술수출은 어떻게 되나

한미 "경쟁제품 아직 없고 임상 잘 진행"
업계 "다른 계약 6건도 문제 있는 것 아닌가"


한미약품은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시험 2상을 단독으로 하기로 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에 따라 올 11월 이후에는 한미약품의 자체 비용으로 임상을 계속한다. 올무티닙 기술을 사간 중국 자이랩과는 관련 정보를 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파기로 한미약품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맺은 다른 6건의 기술수출 계약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아직까지 다른 기술수출 신약에 대해서는 올무티닙처럼 경쟁 제품이 나온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에 총 6억9000만달러(초기 계약금 5000만달러) 규모로 수출한 면역질환 치료제(HM71224)는 글로벌 임상시험 2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노피아벤티스에 총 39억유로(4억유로) 규모로 기술 수출한 당뇨치료제 3건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전체적으로 기술수출된 신약의 임상시험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올무티닙처럼) 신약 개발의 낮은 성공 확률, 새로운 경쟁 제품의 출현 등 갑작스러운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욱/조미현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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