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중소형주 하락 놓고 '진실게임'

입력 2016-09-19 19:17:34 | 수정 2016-09-20 05:54:50 | 지면정보 2016-09-20 A20면
여의도 25시

'주범'으로 몰린 국민연금, 중소형주 1조 순매수했다는데…

국민연금 "시장의 오해다"
그동안 돈 받아간 운용사들이 주문한 대로 투자하지 않아
7~8월 순매도도 미미한 수준

운용사들 "우리도 할 말 있다"
포트폴리오 6개월내 바꾸라는건 국민연금의 지나친 요구
울며 겨자먹기로 중소형주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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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취임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중소형주를 1조원어치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국민연금 때문에 중소형주 주가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19일 ‘국내 중소형주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항변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중소형주를 1조500억원어치 사들였지만 대형주는 650억원 순매수에 그쳤다는 것. 이 관계자는 “7~8월에는 일부 위탁운용사들이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팔아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투신 등 전체 기관의 매도 규모와 비교하면 10%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이 주식 운용 전략을 인덱스(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중심으로 바꾸면서 인덱스 구성종목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형주들이 외면받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국민연금이 중소형주 주가 하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중소형주 주가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의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 복제율 왜 높였나

국민연금이 중소형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유는 지난 6월 운용사들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복제율’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95조5000억원)의 절반가량(45조5000억원)을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모두 펀드매니저의 기량에 따라 ‘알파(시장 대비 초과수익)’를 낼 수 있는 액티브 펀드들이다. 국민연금은 대형주, 중소형주, 배당주, 가치주 등 8개 유형으로 구분해 위탁하고 있다. 분산투자 효과를 노려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운용사들이 자신이 주문한 유형대로 돈을 굴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14년부터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지자 대형주나 배당주 펀드들까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강면욱 본부장은 “그동안 절대수익률만 가지고 위탁운용사를 평가하다 보니 대형주 펀드임에도 대형주는 10%도 담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연히 중소형주 쏠림이 심해졌고 지난해 말부터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자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급락했다.

‘복제율’이라는 아이디어는 이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복제율이란 각 펀드가 유형별로 주어진 벤치마크와 얼마나 가깝게 운용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복제율을 높이려면 정해진 유형대로 운용해야 하고 전체적으로는 분산투자가 이뤄진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각 운용사에 위탁받은 유형에 따라 20~50%의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연말까지 맞출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중소형주를 싼 가격에 내다팔아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 운용사들이 ‘비난의 화살’을 국민연금에 돌리고 있다.

실제 중소형주 하락 이끌었나?

시장 전문가들은 “위탁 운용사들이 정해진 유형을 벗어나 투자하는 이른바 ‘스타일 드리프트’를 막는 건 연기금 자산 배분 및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며 “국민연금이 그동안 절대수익률만 가지고 운용사를 평가해온 것이 오히려 더 놀라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운용사들도 과거 관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속도와 타이밍이다.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대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큰 방향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중소형주가 상승세를 타던) 작년에 이런 작업을 했다면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수조원에 달하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시한으로 6개월을 준 것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년까지 큰 폭으로 올랐던 중소형주가 자연스러운 조정을 겪는 과정일 뿐 국민연금이 실제로 끼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닥시장 등의 조정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성장성에 비해 주가가 높은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중소형주 약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만약 국민연금 때문이라면 한국 중소형주만 하락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도 “국민연금이 팔아서라기보다는 시장에 미친 심리적 영향이 컸던 것 같다”며 “수급 요인에 따른 중소형주 하락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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