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전략으로 자리 잡은 M&A

'승자의 저주' 우려에 대기업 멈칫…돈 끌어온 사모펀드 '큰손' 부상

입력 2016-09-12 18:31:42 | 수정 2016-09-12 23:02:13 | 지면정보 2016-09-13 A8면
KKR, 오비맥주 팔아 4.8조 차익

MBK는 홈플러스 7.6조에 인수
마켓인사이트 9월12일 오후 4시7분

오랜 기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인공은 대기업이었다. 적게는 수백억원부터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기업 매물을 사들일 만한 곳이 대기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M&A 시장에서 대기업의 ‘대항마’가 나온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다. 대항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였다. PEF 운용사는 국내외 연기금 등에서 출자받은 돈을 모아 저평가된 기업을 매입해 비싼 값에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낸 뒤 배당 형태로 연기금 등에 되돌려주는 업체다. 대형 PEF 운용사는 수십조~수백조원을 운용하는 여러 연기금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대기업 못지않은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PEF 운용사는 2008년 당시 국내 M&A 시장의 최대어였던 오비맥주를 거머쥔 것을 계기로 M&A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당시 오비맥주를 20억달러에 인수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2014년 60억달러에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되팔아 5년여 만에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의 차익을 거두며 국내 M&A 시장에 PEF를 각인시켰다.

이후 대기업과 PEF 운용사가 경쟁하던 M&A 시장의 균형추는 PEF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아시아 최대 매물이던 홈플러스 인수전은 대기업이 빠진 상황에서 국내외 PEF 간 경쟁으로 이어졌다. 최종 승자가 된 MBK파트너스의 인수가격은 7조6000억원으로, 국내 M&A 역대 최고가 거래로 기록됐다.

PEF의 등장 이후 대기업은 과거와 다른 전략으로 M&A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문어발식 기업 인수를 자제하되 필요한 기업에는 과감하게 베팅한다. 롯데는 지난해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서 경쟁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 가격을 제시해 승자가 됐다.

최근 PEF는 중소·중견기업 투자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1000억~5000억원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대기업에 파는 전략이다. 조(兆) 단위 기업 인수 후 매각 대상을 찾기 어려운 게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뒤 정체된 중소·중견기업에 PEF가 재무 인사 등 부문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PEF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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