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만 보던 액티브펀드 매니저들, 'ETF'에도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입력 2016-08-21 18:09:58 | 수정 2016-08-22 00:56:18 | 지면정보 2016-08-22 A22면
자산배분에 유용…환매 때 수익률 방어에도 효과적

실시간 매매 이점…반도체 등 업종 ETF 활용 많아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골라 운용하는 액티브펀드가 상장지수펀드(ETF)를 담기 시작했다. 자산배분에 유용할 뿐 아니라 수익률 면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인덱스 상품이면서 개별 종목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이점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 없으면 반도체 ETF

액티브 매니저는 주로 업종 ETF를 많이 활용한다. ‘KODEX은행ETF’ ‘TIGER반도체ETF’ 같은 은행과 반도체 ETF가 대표적이다. 은행주는 회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 종목을 고르기보다는 은행섹터 ETF를 담는 게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반도체 ETF는 삼성전자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주식을 얼마나 담느냐가 펀드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는 요즘 같은 시장에서 특히 유용하다. 펀드당 삼성전자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최대치는 시장 비중인 약 19% 수준. 물량(주식)을 확보할 수 없거나 제한치를 넘어 더 보유하는 효과를 내고 싶을 때 삼성전자가 편입된 반도체 ETF를 펀드에 담아 수익률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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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가 들어올 때 펀드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ETF를 일부 담기도 한다. 이때 주로 활용하는 것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환매로 펀드가 담고 있는 개별 종목을 팔면 해당 종목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그대로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때 코스피200ETF를 팔면 개별 종목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 한 액티브펀드 매니저는 “설정액이 소액으로 들어올 때는 포트폴리오 비중만큼 일일이 종목을 사기보다 코스피200ETF를 산다”며 “나중에 ETF를 팔고 한꺼번에 종목으로 교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ETF를 많이 활용한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 ETF부문장은 “아시아 주식의 롱쇼트 전략을 쓰는 국내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ETF를 즐겨 쓴다”며 “매매할 수 있는 종목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ETF로 포지션을 취한 뒤 종목을 찾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TF도 종목이다”

국내 액티브 매니저들은 ETF를 펀드에 담았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경력이 오래될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는 설명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펀드매니저는 ‘뜰 것 같은’ 종목을 잘 골라 본인의 철학에 따라 펀드를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종목이 아닌 지수 상품을 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액티브펀드 매니저가 종목과 ETF를 동시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그린위치어소시에이트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44명의 매니저 가운데 58%가 본인의 펀드 포트폴리오에 주식(37%)과 ETF(33%)를 비슷한 수준으로 담고 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액티브 매니저들이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ETF를 담는 게 큰 흐름”이라며 “국내 역시 예전보다 ETF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ETF를 종목처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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