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 과연-下

뜨거운 감자 '지급결제' 두고 증권사들 '동상이몽'

입력 2016-07-21 14:28:57 | 수정 2016-07-21 14: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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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두고 증권업계 내부 의견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이번 방안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은 법인 지급결제와 외국환 업무를 놓고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은행 계열 증권사와 비은행 계열 간 이해 관계가 복잡해서다.

◆ 초대형IB 육성 최대 쟁점 '법인 지급 결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이달 중 초대형IB 육성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준에 부합한 증권사에는 법인 지급결제 허용과 외국환 업무 확대, 현재 100%인 자기자본 대비 대출 한도 확대 등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1인당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하는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허용도 포함한다.

이중 증권업계 뜨거운 감자는 법인 지급결제 허용과 외국환 업무 확대다.

법인 지급결제는 대금 결제와 급여 이체 등 기업 자금이 지급 결제망을 통해 오가는 것을 만한다.

은행이 전담하던 법인 지급 결제는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증권사도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은행권에서 증권사의 지급결제가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해 금융결제원 규약에 따라 우선 개인에 한해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증권업계는 이후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분담하고 지급결제망에 참가하면서 개인에 이어 법인 결제 업무도 허용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금융투자협회 고위 관계자는 "당초 모든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를 조속히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은행권 반대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최근 초대형IB에라도 먼저 허용해 달라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초대형IB에서 물꼬를 튼 뒤 전체 증권사로 이를 확대해 나가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증권업계 내에서는 법인 지급결제가 열릴 경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는 것은 맞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법인 지급결제를 하게 될 경우 증권사도 은행처럼 기업의 주거래 금융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업들과의 네트워크가 넓어져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급결제망 가입을 위해 적지 않은 분담금을 냈는데도 개인에만 허용한다면 반쪽짜리 업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법인 지급결제를 함으로써 증권사가 갖춰야 할 유동성이 적지 않아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익일 결제 시스템이어서 자금 공백이 생길 수 있고 업무가 꼬이는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용이나 위험도에 비해 법인 지급결제에 따른 효과가 클지 의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대형사 중에서도 은행 지주사에 속한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입장이 다르다. 증권사가 법인 지급결제를 하게 되면 계열 은행과 영역이 겹치기 때문에 껄끄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한 은행 계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개인 지급결제를 할 당시에도 계열 은행 쪽에서 '증권사가 뭐 그런 업무까지 하려 하느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아무래도 각 증권사마다 이해 관계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러 제약을 고려할 때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결제하는 천문한적 규모 대금을 삼성증권이 맡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다른 은행 계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특정 증권사에 좋은 일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시장 경쟁을 통해 증권사가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외화송금·일반환전 일부 증권사만 수혜?

외국환 업무 확대와 관련해서도 증권사 간 '동상이몽'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외국환 업무 규제를 기존 열거주의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 즉 안되는 것 말고는 다 허용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외화대출이나 외환대차중개 등 일부 외국환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기재부는 그러나 외국환 관련 핵심 업무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지급 추심 및 수령(외화 송·수금)과 일반환전 업무는 은행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초대형IB 육성 방안에 일반환전과 외화송금까지 외국환 업무를 확대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인 지급결제처럼 외국환 업무도 일부 초대형 증권사에서 먼저 시작한 뒤 업계 전체로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은행 수준의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건 일부 증권사에만 필요한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처럼 해외 투자를 활발히 하거나 해외 사업을 하는 특정 증권사에 해당하는 업무라는 설명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법인 지급결제나 외국환 업무나 서비스 다양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비용이나 실제 수익 창출 면에서 실익이 있는 지 없는 지 따져야 하는 등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관련 규제가 완화한다 해도 관심이 있는 증권사와 그렇지 않는 증권사가 나뉘게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금투협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법인 고객과의 관계 형성 측면이 더 중요하다"며 "지급결제와 송금, 환전 등 업무를 통해 법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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