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도 반했다! '대출펀드' 투자

입력 2016-07-14 18:52:06 | 수정 2016-07-15 02:06:09 | 지면정보 2016-07-15 A21면
미국 저신용자 대출채권에 투자…JB운용 펀드 3일 만에 '완판'
수수료 떼고도 연 5% 이상 수익…내년부터 공모펀드 출시
경찰공제회 등 기관도 투자 러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달 말. 자산가들의 재테크 시장에서는 ‘대출 재테크’ 열풍이 불었다. 주인공은 JB자산운용이 사모 형태로 내놓은 ‘US핀테크 인컴펀드’였다.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저신용자 대출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미국 운용사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미국 소상공인들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얻는 구조다. 목표수익률은 3%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고도 연 8%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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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저축은행’이 된 개인투자자들

100억원을 목표로 출시된 이 상품은 당초 계획보다 모집액을 늘렸음에도 불구, 출시 3~4일 만에 ‘완판(전량 판매)’됐다. 유안타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창구에서 각각 230억원과 60억원어치가 팔렸다. 심형보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송파본부점 PB(프라이빗 뱅커)는 “주식이나 채권과 연계한 상품만으론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사모대출펀드(PDF)는 기관투자가 시장과 해외에선 이미 일반화된 재테크 수단이다. 주요국 은행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저신용자 대출을 자제하면서 민간 자금을 모아 대출로 수익을 얻는 금융회사들이 급증한 영향이다. 이런 회사들은 빅데이터 등 핀테크(금융+기술)를 활용, 대출을 제때 상환할 수 있는 투자자를 선별하고 있다. 저신용자들이 물어야 하는 이자는 연 15~20% 안팎이다. 부실률을 10% 이내로만 관리하면 수수료를 떼고도 투자자들에게 연 5%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인 1억원을 마련하기 힘든 중산층 투자자들도 대출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인 간(P2P) 대출을 활용한다. 온라인 중개업체를 활용,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나 법인에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있다. 규모가 작고 시장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미국 소상공인 대출 상품과 수익 구조가 똑같다. 지난 3월 말 기준 P2P대출 잔액은 723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말(350억3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사모 재간접펀드가 허용되는 내년부터는 공모펀드를 통해서도 대출 연계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대출 재테크’가 한층 더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설정된 PDF 문호를 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를 이용하면 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공모펀드는 개인들이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전문가인 자산운용사가 상품 안내, 자금 모집 등을 대행하기 때문에 기관으로 간주한다.

○기관 ‘큰손’들도 대출 시장으로

국내 기관들도 대출 연계상품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분위기다. 경찰공제회는 13일까지 해외 PDF 운용사 신청을 받았다. 투자 규모는 최대 2000만달러(약 230억원). 경찰공제회가 투자 대상을 사전에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무원연금과 행정공제회도 올 들어 1억달러를 PDF에 새로 투자했다.

보험사들도 PDF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급여력비율(RBC) 규제를 받는 보험사는 PDF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보다 덜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주식과 부동산은 RBC위험계수가 12% 선인 반면 PDF는 5% 안팎에 불과하다. 주식에 100만원을 투자하면 12만원을 준비금으로 쌓아야 하지만 같은 금액을 PDF에 투자하면 5만원만 준비하면 된다는 의미다. 한 보험사 해외투자팀 관계자는 “최근 받고 있는 투자제안서(RFP)의 70~80%가 해외 PDF 건”이라며 “대출은 담보를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식보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고 말했다.

송형석/이현진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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