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70곳 상장시키는 비상장사…거래소, IPO로 날개 달까

입력 2016-06-20 17:50:39 | 수정 2016-06-21 01:35:39 | 지면정보 2016-06-21 A24면
베일속의 비상장사 (12) 한국거래소

환갑 맞은 '반민반관' 기업
상장기업 2055개 달하지만 거래수수료 수입에만 의존
글로벌 경쟁력 뒤처져

뒤늦게 시동 건 구조개편
최경수 이사장 매일 국회 '출근'…지주사 전환 등 필요성 강조
IPO 땐 8400억 자금조달 기대
한국거래소는 요즘 ‘상장’을 간절히 원한다.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담당하며 작년 177개 기업을 증권시장에 올렸지만 정작 자신은 비상장사로 남아 있다. 자본시장의 국경이 무너진 상황에서 세계 거래소들이 일찌감치 상장을 통해 몸을 만든 뒤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간다.

상장에 번번이 실패한 것은 ‘반민반관(半民半官)’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거래소는 36개 증권사와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세운 민간기업이면서도 시장 감시라는 공적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거래소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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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저만치 달려 나가는데…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으로 불리는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파생상품시장 등 국내 주식 관련 거래를 총괄하며 기업공개 업무도 맡고 있다. 1956년 금융회사와 증권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출범한 대한증권거래소가 효시로 올해 환갑을 맞았다. 한국 주식시장은 거래소 출범 60년 만에 상장기업 2055개, 시가총액 1464조원의 세계 13위 규모로 성장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은 거래소라는 명칭을 들으면 ‘신의 직장’ ‘방만 경영’ 등의 부정적인 표현부터 떠올린다. 그럴 만도 하다. 국내 주식 관련 거래를 독점하며 손쉽게 벌어들인 돈으로 직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연봉과 1300만원이 넘는 복리후생비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임원 한 명마다 골프장회원권을 지급하고 개인 비서를 두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미운털’이 박혀 2008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작년에 다시 민간기업으로 풀리는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변화에 둔감하던 거래소에 최근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안주했다가는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경수 이사장은 지주회사 전환에 이은 기업공개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래소가 전체 매출(영업수익 3367억원)의 74%를 주식 현물과 파생상품 거래 수수료로 올리는 단순 수익구조에 안주하는 사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월평균 거래대금이 2011년 188조원(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정점으로 올해 160조원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거래 수수료 수입이 정체 상태다. 여기에 코스피200 선물·옵션 이후 시장을 대표할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가 지분 49%를 보유한 라오스거래소 등 해외사업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소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89억원으로 2조원대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4500억원대인 일본거래소(JPX)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대 국회에선 될까

거래소는 작년 1월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된 뒤 늦게나마 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파생상품시장을 별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 뒤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거래소는 기업공개를 통해 약 8400억원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 파생합작거래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골자로 이진복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주회사의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기하는 문제 등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벌어지면서 처리가 지연됐다.

거래소는 이 의원이 20대 정무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에 다시 한 번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번주 자본시장법을 의원 입법으로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최 이사장은 최근 매일 국회를 찾아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상장은 정부의 입김을 벗어나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직원들은 매년 거듭되는 관계(官界)의 ‘낙하산 인사’를 보면 힘이 쭉 빠진다. 올해 임기가 끝난 김원대 부이사장 자리에도 금융감독원 인사가 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분오열된 직원을 단합시키는 것도 최 이사장의 과제다. 거래소의 한 직원은 “솔직히 공기업 분위기에서 편하게 지내온 사람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해외 거래소와 경쟁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하지만 이대로 가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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