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한국을 떠난다

주택도시기금, 국내 주식 1조 팔아 해외 ETF에 투자

입력 2016-06-20 18:02:04 | 수정 2016-06-21 07:35:08 | 지면정보 2016-06-21 A4면
(2) 한국에선 목표수익률 못 낸다는 연기금

국내 투자로는 한계
한국 성장률 연 2%대로 떨어지자 연 3~4%대 수익 낼 투자처 못찾아
국민연금·공제회 해외 대체투자, 지난해 40조 넘어 사상 최대
오피스 빌딩 등 '부동산 쇼핑'
공무원연금 대체투자 7.3% 수익…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의 3배
지난달 26일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결과를 접한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법인영업부엔 탄식이 쏟아졌다. 최대 고객인 국민연금이 내년도 국내주식 신규 투자액을 올해 대비 95%나 대폭 삭감한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법인영업부는 기관 자금을 받아 국내주식 매매를 중개하면서 돈을 버는 조직이다.

이 회사 법인영업 담당 임원은 “지난 10년 동안 기관들의 유가증권시장 거래금액이 하루 1조원을 밑돈 적이 다섯 차례 있었는데 이 중 두 번이 지난달(20, 26일)에 발생했다”며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밥값을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의 법인영업부 실적은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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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 CIO의 토로

연기금을 필두로 한 ‘큰손’들은 수년 전부터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려왔다. “고객의 노후 자산을 불리기 위해선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성을 가진 투자처를 반드시 찾아야 하지만 한국 시장에선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숭철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는 설명이다.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급여이자율’이 높은 공제회는 해외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성장률이 연 2%대로 떨어진 한국 경제에선 연 3% 후반~4%대 급여이자율을 맞출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 주식투자 규모를 늘린 이상호 군인공제회 금융부문 부이사장은 “‘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느냐’가 중요한 연기금으로선 지수 상승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한국에 투자를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부실자산을 리밸런싱하면서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1.4%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지만 해외 주식투자에서는 5.4%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115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당초 3조4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주식자산 가운데 지난 2월에 1조원어치를 처분했고, 이 돈으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계획이다.

○줄 잇는 해외 대체투자

오피스 빌딩 매입 등 대체투자(주식, 채권을 제외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투자)는 해외 투자가 가장 활발한 분야다. 연기금의 보유 자금이 많을수록, 투자 경험이 풍부할수록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과 5대 공제회의 해외 대체투자 금액만 40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년(31조4000억원)보다 28.0%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추세는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2012년 14조7000억원(부동산 8조4000억원)이던 해외 대체투자 규모를 올해 1분기 33조9000억원(부동산 16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교직원공제회도 2014년 2조9000억원이던 해외 대체투자를 올해 3조6000억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2019년까지는 5조1000억원, 전체 자산의 13.8%를 해외 대체투자에 배분할 계획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국내 연기금 가운데 가장 해외 대체투자를 잘하는 곳”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투자한 △멕시코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장 △미국 뉴욕 맨해튼 51 아스터플레이스 빌딩 △미국 실리콘밸리 모페플레이스 빌딩 등이 모두 ‘알짜 자산’이었다는 평가다.

○엄연한 수익률 격차

행정공제회도 지난달 말 2500억원 규모의 유럽 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CBRE글로벌인베스터를 위탁운용사로 선정, 유럽 주요 도시의 업무용 빌딩을 매입할 계획이다. 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최대 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 위탁운용사를 찾고 있다. 2~3개 운용사를 선정한 뒤 1억달러(약 1200억원)씩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연기금 공제회가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α’를 노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962억원으로 전년(209억원)의 약 5배에 달한다. 여기에서 거둔 수익률은 연 7.3%. 공무원연금이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거둔 수익률(2.4%)보다 3배가량 높다. 교직원공제회 역시 지난해 해외대체 금융투자에서 연 9.8%, 실물투자에서 연 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직접 운용한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이 -0.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현진/김우섭/이해성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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