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G7 정상회담…복잡해지는 환율 셈법

입력 2016-05-20 14:47:07 | 수정 2016-05-20 15: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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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요국의 환율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은 금리인상과 달러화가치 유지라는 두 개의 카드를 동시에 쥐려하고,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생명줄인 엔화 약세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면서도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로 고민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이후 소강 상태를 보였던 주요국의 환율 신경전이 지난달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이후 재점화한 데 이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다시 팽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G7정상회담은 주요국의 환율 해법을 찾는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美 금리인상설에 달러화 강세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전날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발표하면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사록에는 "경제 지표가 2분기 경기 회복 추세와 일치하고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6월에 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위원들의 발언이 담겼다.

당초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 여겨졌던 6월 금리인상설이 고개를 들면서 당장 환율 시장에 영향을 줬다.

지난 2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이후 약세를 이어가던 달러화는 강세로 방향을 틀었다. 의사록 공개 이후 달러화 가치는 7주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지수(인덱스)도 95.09로 한 달 내 최고치를 보였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 담당 연구원(박사)은 "미국이 6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6월 FOMC에서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달러화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6월과 9월, 12월까지도 금리 인상 이슈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하반기 달러인덱스는 95~100사이를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입장에서 달러화 강세는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달러화 강세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수출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수반하고, 강달러는 미국 경기 회복과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서는 금리인상과 달러가치 유지를 동시에 취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나온 미국 환율보고서는 이를 위한 미국의 정책적 안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달러화 가치 상승을 상대 통화의 약세 억지를 통해 해소하려는 게 환율보고서의 진짜 의도라는 설명이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조작 여부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환율보고서는 미국이 저금리 탈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음을 알리는 보고서"라고 말했다.

◆ 엔화·위안화 약세 방향 굳히나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하면서 엔화 가치는 다시 떨어지고 있다. 환율보고서 이후 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금리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약세 반전했다. 4월 FOMC 의사록 발표 후 엔·달러 환율은 3주 만에 110엔대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올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자 상승세를 보였다. 연초 120엔 전후였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105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려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이달 초 "엔화 강세의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시에는 추가적인 금융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러나 "최근 수개월간의 (엔화) 움직임은 질서정연하다"며 환율 개입 의사를 보이는 일본 측을 견제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과거 경기가 좋았을 때는 엔화 약세를 어느 정도 용인했다"며 "자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이를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환율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오는 27일 열리는 G7정상회담에서도 환율 이슈가 제기될 수 있지만 '합의'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인상설은 위안화 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은 4월 FOMC 의사록 이후 위안화 기준환율을 0.48% 상승한 6.5531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지난 2월 1일(달러당 6.5539위안)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6.6145위안까지 급락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자 위안화는 가파른 약세를 보인 것이다.

서 박사는 "위안화는 당분간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중국 정부로서도 위안화 약세는 경제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 연구원은 "미국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마자 중국은 기다렸다는듯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금융시장이 좀 안정을 찾을만 하면 중국 정부의 이같은 개입으로 시장이 또 흔들리곤 한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는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시해야 한다"며 "지난해 위안화 약세와 이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로 증시가 급락한 걸 봤을 때 위안화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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