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째깍째깍 ①

산업發 구조조정 광풍 자본시장까지 강타

입력 2016-05-13 10:56:18 | 수정 2016-05-13 11:42:18
'골든타임'.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금쪽 같은 시간(1~2시간)을 말한다. 재난 현장이나 병원 수술실이 아닌 한국의 주력 굴뚝산업에서 골든타임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 속에 조선·해운은 물론 철강·석유화학 등이 잇따라 벼랑 끝에 몰리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산업발(發) 구조조정 광풍은 자본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한경닷컴]은 자본시장 최전선에 서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함께 총 3회에 걸쳐 구조조정이 증시에 미칠 여파를 짚어보고, 굴뚝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곳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구조조정 관련 설문조사: 총 20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현대, NH, 한화, 대신, 삼성, 유안타, SK, 교보, 하이, 메리츠, 하나, KTB, 신영, 이베스트, HMC, 신한, 유진, IBK, 한국)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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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26일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조선과 해운 등 2개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5대 취약 업종으로 지정했던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중 조선과 해운은 경기민감업종으로,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업종으로 각각 재분류했다.

당분간 구조조정이 시급한 경기민감업종에 역량을 집중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에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 추가 자구계획을 요구했다.

◆ 증시 단기 충격 불가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기업 실적 부진이 고착화함에 따라 조선·해운·철강 업종을 중심으로 만성적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비금융법인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으로 100%에 미치지 못하는 만성적 한계기업은 2009년 8.2%(1851개사)에서 2014년 10.6%(2561개사)로 급증했다. 이들 한계기업 중 71%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보유부채는 2014년 말 현재 228조원에 달한다.

경제 전반의 효율성과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해당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증시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범위와 시장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는만큼 투자자들의 경계감과 관망심리는 짙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증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조조정의 프로세스를 고려하면 단시일에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SK증권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업종의 회계투명성과 자금투입과정 등을 감안하면 해당 업종뿐 아니라 은행권 주가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연쇄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구조조정 해당 업종이나 기업의 경우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진입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 장기는 '호재'…IMF 반면교사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구조조정기라 할 수 있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당시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과 대상 기업이 정해지기 전까진 신용스프레드 상승과 함께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졌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전 70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1998년 초 반짝 반등했다가 다시 미끄러져 1998년 6월 280선까지 추락했다.

이후 막연했던 구조조정이 구체화(30대 재벌 중 15개파산 및 사세위축, 구조조정 대상 55개사 확정, 시중은행 구조조정 실시 등)하면서 시장은 본격적인 V자 반등 경로에 올라섰다.

증권사들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증시에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 관점에서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장기적으로 구조조정 이후 재무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면 관련 산업과 증시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경쟁력이 약해진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국내 증시의 할인 요인을 해소하고 구조적인 회복 가능성은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IMF 당시만큼 대대적이고 과감한 구조개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구조조정을 증시 전환점으로 생각하기 보단 (구조조정) 이후를 고민하는 축적의 시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잠깐- 구조조정 '시그널'(신호) 찾아서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증권사에서 발간한 현대중공업 관련 보고서(리포트)는 60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40개, 32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보고서는 72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60개, 59개였던 걸 감안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2014년 같은 기간에는 현대중공업 62개, 삼성중공업 72개, 대우조선해양 50개의 보고서가 각각 나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들은 특정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보고서 또는 탐방 횟수가 줄어드는 걸 구조조정의 신호(시그널) 중 하나로 봤다.

업황 악화나 실적 충격이 계속되면 시장 관심이 줄면서 보고서도 감소하고 분석 영역에서 아예 제외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은 "리서치센터의 학습 효과를 통해 볼 때 구조조정으로 가는 시그널이라는 게 있다"며 "조사 분석 자료의 감소나 담당 업종의 커버리지(분석) 축소 등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도 "어떤 업종이나 종목에 대해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줄거나 보고서 발간 횟수가 감소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한 징후"라고 밝혔다.

보고서가 나온다해도 사실상 '매도'를 뜻하는 '중립' 의견인 때가 많고 내용 자체도 우울한 전망인 경우다 대부분이다.

올 들어 증권사가 발간한 조선 업종 관련 보고서를 보면 '곳간이 비고 있다'(삼성중공업-동부증권) '넘어야 할 산이 많다'(삼성중공업-신한금융투자) '실적 개선 현실화할 때까지 보수적 접근'(대우조선해양-삼성증권) 등 부정적 내용이 많다.

증권사들은 또 주가와 채권 가격의 동반 급락, 재무건전성 악화, 대주주의 지분 매각, 잦은 증자 단행 등을 구조조정의 주요 시그널로 지목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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