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900조 팔린 은퇴상품 한국 상륙…연금시장 판 흔드나

입력 2016-04-21 10:59:00 | 수정 2016-04-21 14: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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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900조원 가량 팔린 은퇴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한국에 상륙했다. 투자자가 은퇴 시점만 정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펀드가 알아서 투자를 수행해주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나왔던 '라이프스타일(사이클)펀드'가 투자자 스스로 펀드를 선택하고 원하는 시점에 직접 교체해야 했던 것과는 달리 '그 어려운 걸' 대신해주는 펀드다.

◆ 은퇴 시점만 정하면 펀드가 알아서 투자

삼성자산운용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국 캐피탈그룹과 손잡고 만든 한국형TDF인 '2020~2045 펀드 시리즈'(6개)를 선보였다.

TDF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Target Date)로 맞춘 뒤, 사전에 정한 생애 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자동 자산배분 펀드다.

특히 한국형TDF는 퇴직연금(DC형)과 개인연금 펀드로서, 은퇴 시점을 정하면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의해 펀드가 스스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운용하는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은퇴상품 가입자 본인의 판단으로 스스로 운용을 해야 했지만 상당 수 가입자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구성훈 삼성운용 대표는"퇴직연금 가입자의 74%가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심지어 DC형 퇴직 연금에 가입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조절해주는 자산배분상품을 개발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삼성이 내놓은 한국형TDF 상품은 은퇴 시점에 따라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펀드 등 총 6개 펀드로 구성돼 있다.

2020펀드는 은퇴 시점이 2020년이 되는 50대 이상, 2045펀드는 2045년에 퇴직하는 20~30대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다.

2045펀드에 가입할 경우 주식비중이 청년기에는 79%까지, 은퇴시점에는 29%, 이후 30년간 18%로 배분, 적극적 투자에서 보수적 투자로 자동 분산투자 하게 된다.

◆ 글로벌 주식·채권 분산 투자…추가 수익

주식 펀드 내 자산 배분에서도 초기에는 성장주펀드 중심에서 인컴펀드 쪽으로, 채권은 하이일드에서 글로벌 채권 중심으로 옮겨간다.

김정훈 연금사업본부장은"지금까지 국내에‘라이프사이클’로 소개된 펀드들은 사실 대부분 라이프스타일 펀드에 가깝다"며 "라이프스타일 펀드는 연령별로 주식채권 비중을 임의의 비율에 맞춰 계단식으로 설계해 한국형TDF의 자산배분 프로그램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라이프사이클펀드 시장 규모는 75억원이며 라이프스타일펀드는 개인 연금과 리테일펀드 중심으로 약 7000억원 수준이다.

기존의 라이프사이클펀드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퇴직연금 감독 규정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총 투자금액의 40%로 제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직접 적절한 시기에 자산배분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자 가능한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이 부족해 국내 자산에 치우쳐 투자해야 하는 한계점도 있었다.

삼성운용 6개 TDF펀드는 미국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 투자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이머징 시장의 주식과 채권펀드 등이 포함돼 있어 글로벌 자산에 고루 투자한다.

미국은 2006년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 제도(연금 자동가입제도)가 도입되면서 TDF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1990년대 중반 첫 선을 보인 TDF는 현재 시장 규모가 약 7630억달러(한화 약 900조원)규모로 성장했다.

2007년 설정된 캐피탈그룹 6개 TDF는 3년과 5년 연 평균수익률이 약 9~10%에 이른다.

쇼 와그너 캐피탈그룹 회장은 "한국도 금융 상황과 생애주기 변화에 맞춰 연금 제도가 개편되고 있어 TDF 상품이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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