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된 해태제과, 상장? 재상장?…과거 주주들 "주권 인정해달라"

입력 2016-02-18 10:54:46 | 수정 2016-02-18 13:12:42
새로운 기업의 '신규 상장'인가, 과거 상장폐지 기업의 '재상장'인가. 해태제과식품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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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해태제과의 주주들이 '해태제과주권회복위원회'를 결성, 자신들의 주권 인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해태제과식품 측은 과거 해태제과와 자신들은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1월22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달 중 상장심사위원회를 거쳐 상장심사 결과가 나온다. 절차상 문제가 없을 경우 오는 4~5월께 공모를 거쳐 신규 상장된다.

18일 금융당국과 해태제과식품 등에 따르면 전날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거 해태제과의 실물 주권을 현재 해태제과식품의 주권으로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지난달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 "해태제과식품, 주주로서 권리 인정해달라"

송인웅 주권회복위원회 대표는 "현재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회사갱생 과정에서 제과사업부문 자산매각(영업양수도) 방식으로 넘겨 받아 2001년 설립된 회사"라며 "과거 해태제과의 브랜드 등 무형적인 가치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과거 주주들의 권리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해태제과식품은 2001년 UBS컨소시엄이 출자한 해태식품제조가 과거 해태제과의 제과사업부문을 양수해 설립됐다. 같은 해 상호를 현재의 해태제과식품으로 변경했다. 이후 크라운제과가 UBS컨소시엄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했다.

1945년 설립된 구(舊) 해태제과는 1997년 유동성위기로 부도가 난 뒤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제과사업부문을 UBS컨소시엄에 매각하고, 해태제과에는 건설 사업 부문만을 남긴 채 하이콘테크(HT)로 상호를 바꾸고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해태제과주권회복위원회가 제출한 과거 해태제과 실물주권 사진>기사 이미지 보기

<해태제과주권회복위원회가 제출한 과거 해태제과 실물주권 사진>


송 대표 등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은 제과사업부분이 양수도되기 전에 주식을 실물증권으로 인출했다. 이들은 현재 해태제과식품이 과거 해태제과의 연혁과 브랜드를 그대로 이용해왔기 때문에 상장을 하려면 과거 실물증권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 대표는 "해태제과에 부실한 건설 부문만을 남기고, 가치가 있는 제과 부문은 '자산매각'이라는 형태로 팔아치우면서 주주로서 권익은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며 "우리가 보유한 주권도 크라운제과가 인수했던 지분과 동일하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식품 "상표권 양수한 신설법인…과거 해태 주주 법적으로 이상 없어"

해태제과식품 측은 과거 해태제과와 지금의 회사는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이번 상장도 과거 해태제과와 무관하기 때문에 '재상장'이 아니라 '신규 상장'이라고 밝혔다.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는 "해태제과의 법정관리 상태에서 당시 UBS컨소시엄이 제과사업 부문과 상표권 등을 양수받아 새로운 회사를 세웠고, 이후 크라운제과가 지분을 모두 인수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또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의 주장은 이미 두 차례의 소송, 주주지위확인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들의) 패소로 결론이 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일한 브랜드와 연혁에 대한 주장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영업자산과 상표권을 모두 양수받았는데 브랜드와 연혁 등을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해태제과의 상표권을 양수해 쓸 뿐 이전과 다른 새로운 회사이기 때문에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에게 권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이 권리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해태제과식품과 무관한 하이콘테크"라며 "해당 주식이 해태제과식품의 주식이 아닌 상황에서 어떤 법적인 보상이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거래소 "상장 절차에 문제 없어…구주주들은 '주주 적격성'부터 획득해야"

해태제과식품의 상장심사를 맡은 거래소 역시 상장 요건만을 따지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심사위원회는 현재 상장을 신청한 회사의 사업성과 기업가치의 계속성 등 상장 조건의 충족 여부만을 심사한다"며 "현 주주로 등재돼 있지 않은 제3자(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의 '주주 적격성'까지 판단할 권한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이들이 주주로서 적법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주주 적격성을 먼저 획득해야 한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해태제과의 실물증권을 보유한 주주들은 법적으로 보면 해태제과식품의 상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다"라며 "엄밀히 따져서 해당 회사와 무관한 사람들의 주장을 고려하는 것은 오히려 현재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라고 언급했다.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이 적법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주주 적격성'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이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 국내증권사 기업공개(IPO)부서 관계자는 "심정적으로는 과거 주주들이 기존 회사의 부도와 법정관리, 자산매각 등의 과정에서 권익을 보호받지 못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서 "그러나 법적 절차 상 결정적인 하자가 있지 않는 이상 (이들의 주장이 반영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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