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3.0 혁신보고서①

"요즘 누가 증권사 말을 믿나요?"…투자자에게 뿌려진 '불신의 씨앗'

입력 2015-11-02 11:46:06 | 수정 2015-11-02 13: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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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한국 주식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한국증시 3.0 혁신보고서]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은 3회에 걸쳐 '불신'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한국증시의 문제점과 제도적 미비점 등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대안 제시를 통해 한국증시의 혁신방안을 모색합니다.<편집자 주>

3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30대 회사원 이정석씨(가명). 6년전 돈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입했던 펀드 상품들이 모두 손실을 보면서 어차피 손해볼 것이라면 '내가 직접 종목을 고르고 사보자'라고 다짐했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배우면서 나름의 투자 방식과 원칙도 세웠다.

이씨는 "아직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시장 상황만 좋아지면 금세 그동안 입은 손실을 만회할 수준은 된다"며 "시장에서 당하지 않으려면 증권사나 언론에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을 믿지 않는다. 기관이나 언론의 공식적인 보고서(리포트)나 기사보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나 인터넷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 모바일로 전해받은 '찌라시'가 힘을 얻는다. 여전히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슴에 불신의 씨앗을 품고 '대박의 꿈'을 쫓고 있다.

주식시장에 불신이 팽배하다. 공식적인 경로의 정보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하더라' 하는 식의 얘기가 돌기 무섭게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다.

투자자들의 불신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파는 '직접 투자'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관을 통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의 '간접 투자'는 정체된 상황이다.

◆ 투자자 예탁금 금융위기 때 2배…직접 투자 '느는데' 간접 투자는 '정체'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평균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2007년 평균 예탁금(11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불어난 수준이다.

2008년 9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2012년 17조원까지 늘었다가 2013년에 다시 13조9000억원으로 주춤했다.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10월 중에는 21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국내 공모형 펀드 설정액은 증가 수준은 이에 못 미친다. 2007년 평균 124조원 수준이었던 펀드 설정액은 2009년 '펀드 열풍'을 타 200조원을 넘었다가 이후 5년여동안 150조~160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다시 200조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해외 다른 금융시장과 달리 국내 금융시장의 직접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직접 투자 비중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금융시장에 비해 개인들의 직접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자들이 보호장치 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본다"며 "(거래소는) 다양한 시장조치와 통계지표 등을 통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사라, 사라, 사라'만 외치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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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내놓는 자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크지 않다.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불신하는 대표적인 자료는 증권사들이 내놓는 리포트다. '사라'고만 외치는 증권사의 리포트는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증권사별로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큰 실효성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34개 증권사의 매도리포트 비율은 0.1%에 못 미쳤다. 지난해 전체 리포트 2만4286개 중 매도리포트는 20개(0.08%)에 그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현 시장에서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부족한 것은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종목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쓸 경우 기관들이 해당 증권사와 거래를 하지 않는 등의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애널리스트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매도 리포트에 대한 수요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매수 위주의 전략이 주를 이룬다"며 "해외처럼 매수, 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게 아닌데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하는) 애널리스트들가 굳이 매도리포트를 작성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가 매도리포트를 작성할수록 해당 증권사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들과의 이해관계도 물려있다. 증권사들은 기업들로부터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NDR), 채권인수, 주식발행업무 등을 따내야 한다. 해당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직접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가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학생 때부터 주식 동아리, 카페 등을 통해 10여년 이상 투자를 해온 양모씨(35)는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 중 시황이나 경제분석 리포트 외에는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의 종목 리포트는 대부분 둘 중에 하나다"라며 "객관적인 실적이나 개선 동력(모멘텀)이 나쁜데도 끝까지 '매수'를 외치는 경우이거나 이미 악재가 다 터져버리고 한참 주가가 폭락할 때 '나몰라라' 식으로 나오는 경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불신의 씨앗 '미공개 정보와 오프 더 레코드(비공식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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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방금 제가 한 말은 기사에 쓰지 말아주세요. 아무래도 기업에 민감한 내용이다 보니까요. '오프 더 레코드' 부탁합니다. 제 입장이 좀 그렇습니다." 뚜뚜뚜 딸칵.

오프더레코드.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을 뜻한다. 실제로 취재원 중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예민한 정보를 말한 뒤에는 으레 이름을 빼달라거나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애널리스트들의 이 같은 요구는 자신들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경우 기업에서 방문을 거부하는 등 정보를 제한한다"며 "분석을 위해 정보가 필요한 만큼 기업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증권사와 기업,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오프더레코드 내용은 미공개 정보로 남는다. 문제는 이를 악용해 이익을 챙기는 경우들이 발생하면서다.

지난 2013년 CJ E&M '실적 충격(어닝 쇼크)'에 대한 미공개정보 이용이 대표적이다. 애널리스트가 기업에서 비공식적으로 얻은 미공개정보를 기관투자자들과 공유, 손실을 회피한 사건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2013년 10월16일 CJ E&M 측 담당자는 회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애널리스트와 일부 기관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줬다. 애널리스트들은 발빠르게 다른 펀드매니저에게 이 정보를 전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기관 투자자들은 CJ E&M 주식 406억원 어치를 팔았고, 주가는 9.45% 급락했다. 그 후 한 달 뒤 발표된 CJ E&M은 3분기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당시 시장 기대치인 2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오랜 시간 금융시장에서 성공한 개인 '큰손' 투자자들은 선진 금융시장의 전제 조건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꼽았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 대상에 대한 섣부른 정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 '큰손' 투자자 손명완 세광 대표는 "일반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잘 파악하고 투자하면 이런저런 소문이나 뉴스에 휩쓸리지 않을텐데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증권사 리포트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분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소 생각을 드러냈다.

몇몇 상장사들의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한 '큰손' 투자자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 같은 경우 산업구조나 전방산업 분석까지 포함한 일부 종합 리포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사 주식담당자의 말을 옮긴 수준이라고 본다"며 "리포트에 대한 도덕적인 기준을 높이고 질적인 수준을 개선하면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뢰성 문제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상장사들이 앞장서서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상장사들이 외국기업들처럼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기업설명회(IR) 자료나 컨퍼런스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기업 정보가 투명해지면 다른 세력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영/이민하/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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