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조작' 뜨거운 감자…원화 추가 강세 부추기나

입력 2015-10-20 15:06:00 | 수정 2015-10-20 15:06:00
국내 증시에서 '환율 조작'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원화 강세 재개로 인해 대형 수출주들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 외환 당국이 환율 조작에 개입했다는 미국 측 주장이 환율 흐름에 변수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치·외교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전날 발표한 하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 외환 당국이 외환 조작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다만 "지난 7월과 8월에는 한국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보유 외환을 팔았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 (당국 개입 양상이) 전체적으로 균형 잡혔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4월 내놓았던 상반기 보고서에서 "재무부가 이(외환 개입)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에 대한 관여를 강화했다"거나 "한국 당국에 외환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명시한 것과 비교하면 완화된 표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최근 환율 문제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환율 보고서에 깔린 기본적 시각이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 당국의 환율 개입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10원 내린 1121.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7월1일(1117.50원) 이후 세 달 반 만에 최저치(원화 강세)다.

이는 장중 나온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영향을 줬지만, 유독 원화만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환율 조작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서 지난 8일 미국 의회보고서도 "한국은 과거 환율 정책과 관련해 실망스러운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들이 환율 조작 문제 원칙을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시 정상회담 공동 설명서에 환율 조작 문제를 넣기를 미국이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뜻밖에 제기된 환율 조작 논란이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미국 정부의 최근 시각은 한국 당국의 외환 개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 조작 언급은 그동안 지적돼 왔던 한국의 중국 '경사론'(한국이 중국 쪽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에 대한 모종의 미국 측 제어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한국의 TPP 가입 시 환율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둔화로 외환 당국의 환율 개입 의지는 여전하지만 외교, 정치적 부분들이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며 "하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 외환 당국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약세를 보여온 원화는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최근 강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한 달 간 원화 가치는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4번째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원화 강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주요 수출주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본 엔화 강세보다 원화 강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일본 제품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 940원을 밑돌아 이달 들어서만 30원 넘게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은 지난해보다 약 8.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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