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원화 강세…수출 기업 '환율 트라우마' 깨우나

입력 2015-10-18 11:45:38 | 수정 2015-10-18 15:21:34
주춤했던 원화 강세가 재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원화 약세로 3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수출 기업들은 '환율 효과'를 채 누리기도 전에 다시 수출 경쟁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원화 절상률 G20 통화 중 4번째로 높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 간 원화 가치는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4번째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29.10원으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정례회의 직전인 지난달 15일(1186.70원)보다 57.6원 내렸다.

지난 한 달 간 절상 속도가 가장 빠른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로 9.6% 절상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6.2%, 터키 리라가 5.8% 상승했고 원화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일본 엔·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달러당 118.94엔으로, 한 달간 1.16% 절상되는데 그쳤다.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도 달러화 대비 각각 0.6%, 0.3% 절상됐다.

원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자 외환 당국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강세가 재개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한국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 보일 때는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환율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내 수출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9월 인상될 수 있나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달 7일 1203.70원까지 올랐다.

지난 7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 역시 원화 약세(달러 강세) 효과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원화는 급격히 강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는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화 강세가 심화되고 있다.

◆ 전문가 "신흥국 통화 강세 단기 현상 전망"

원화 강세는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방지하는 데는 일부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들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대규모 양적완화로 통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보다 원·달러 환율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원·엔 환율 역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일 100엔당 978.78원으로 마감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16일 947.40원으로 30원 넘게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 제품이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더 밀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이 지난해보다 약 8.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 금리가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만큼 원화 강세가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 강세는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라며 "국제 유가와 상품 가격이 반등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 지연과 유가 상승은 신흥국 전반에 걸친 우려를 완화시켜 통화 강세로 이어진다"며 "다만 이 두 가지 요인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신흥국 통화 강세도 단기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인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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