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⑭

"자본주의 250년은 고뇌와 투쟁의 역사"

입력 2015-09-10 07:21:14 | 수정 2015-09-10 08:53:23
박세일 교수 "자유와 공정의 양립…진정한 자유 체계 완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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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한계로 공정(배분적 정의)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미스가 살던 18세기 중반에는 단순 상품생산이 지배적이어서 노동과 자본의 분화가 크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그는 “스미스 이후 자본주의 250여 년 역사는 자유와 공정의 양립 문제를 둘러싼 고뇌와 투쟁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자유와 공정의 양립 원리가 명쾌하게 제시될 때 스미스식 ‘자유의 체계’가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은 패널 및 청중과의 주요 토론 내용.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앞줄 가운데)가 '애덤 스미스의 도덕철학 체계'에 대해 강연한 뒤 청중과 토론하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앞줄 가운데)가 '애덤 스미스의 도덕철학 체계'에 대해 강연한 뒤 청중과 토론하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만들려면 통일 필요”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으로 꼭 가야 하는가. 우리 시대에 맞는 주제부터 새롭게 풀어야 하지 않는가.

“애덤 스미스는 18세기 중반을 살았던 통찰력 있고 종합적인 사고를 한 훌륭한 사회철학자다. 시스템 사고를 하는 그의 능력과 시각 관점을 배우자는 정도로 끝난다. 대한민국은 나름대로 형이상학적인 복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반드시 자유 시장경제를 전제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 우리는 500여 년간 살아오던 (유교적) 사고와 습관을 버리고 서구의 제도와 문물을 받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사상은 정확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와 형식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내용 면에서 정리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런 차원에서 모든 것을 다 흰 종이 위에 놓고 형이상학적으로 고민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가 최근 한국의 통일에 대해 언급했다. 통일 문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중요한 문제다. 먼저 '중국이 욱일승천하니까 친중적으로 가야 한다, 아니다. 오랜 우방인 미국을 가까이해야 한다' 등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크게 잘못됐다.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은 세가지가 크게 다르다. 첫째 중국은 한반도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미국은 멀리 있다. ‘국경을 접한 나라와 국가 간 이해가 충돌할 때 한반도의 자존과 번영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대한민국 지도자와 국민은 꼭 고민해야 한다. 5000년간 한반도의 외침이 900회 이상이다. 대부분 중국이었다. 미군을 여기에 갖다 놓은 깊은 뜻을 알아야 한다. 한미, 한중을 똑같은 선상에 두고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두 번째 동아시아에 강력한 단일 패권국가가 등장할 때 한반도의 역사가 힘들었다. 연방 속국이나 식민지가 됐다. 그것을 싫어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동아시아 패권국가가 미국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세기에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했고 20세기 초중반엔 일본의 팽창을 막았다. 20세기 후반부터 최근에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있다. 그 점에서 미국과 우리의 이해와 전략적 이익이 일치한다.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미국은 다당제 국가이고, 중국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일당 독재 사회주의 국가다. 일당제와 다당제는 의미가 다르다. 국가 간 전쟁은 백성 차원의 불만보다 지도자의 이해 갈등으로 생긴다. 다당제보다는 일당제 국가가 지도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가 안보를 생각한다면 일당제 국가가 이웃에 있을 때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치관계이고 이익관계다. 미국 중국 일본과 잘 지내야 하지만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군이 한반도에 언제까지 있어야 하냐.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있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철수해야 하느냐. 동아시아에 경제공동체와 안보협력체가 생겨서 유럽연합 정도 수준으로 군사 경쟁구도가 해소될 때엔 미군이 한반도에 있을 필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 자체가 잘했다 못 했다 라기보다 중국이 커지고 있어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제다. ‘미국이나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관계가 크냐 작으냐’는 것보다 제일 중요한 게 국가의 안전보장이다. 그다음에 경제 문제가 오는 것이다.”

◈“역대 정부 통일 정책은 분단관리형 현상유지형”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정립 방안은.

“일본은 성장할 대로 성장했고, 고령화와 재정적자 등으로 새로운 경제를 찾을 수 없다. 찾을 수 있는 게 바깥 즉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다. 만주와 북한 시베리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크게 이바지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 경제도 뜰 것이다.

동아시아경제공동체의 전제조건이 한반도 통일이다. 통일 없이 공동체가 생길 수 없다. 한민족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일본의 미래도 걸렸다. 과거사 사과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국과 협력해서 통일은 물론 북한 만주 시베리아를 개발하는 데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 간에 새로운 신뢰관계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 역사문제도 잘 풀릴 것이다.

2012년 일본 기업인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으로 강연했더니 아사히신문에서 칼럼을 써달라고 했다. 칼럼을 보내기 직전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께서 독도를 방문하면서 수포가 되었다.”

-역대 정부가 분단 고착화 전략으로 간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있다. 북한의 도발 때문에 전쟁이 나려다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는데 대한민국의 국가 목표가 현상유지냐, 현상타파냐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여야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시대를 열려고 하는 진지한 전략이 부족했다. (통일 정책이) 분단관리형 현상유지형이었다. 북한이 도발만 하지 않으면 북한 동포야 어찌 됐든 여기는 여기대로 살겠다는 게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 정부의 태도였다. 아직은 현상유지의 반복에 불과한 상태다. 한국이 자존과 번영을 하려면 통일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 위에서 성장·분배론자 존재는 건강한 것”

-지난 8월 15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창당 행사에 왜 참석했나.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도 사회 민주주의 정당이다. 이들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기본 전제로 하되 경제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유 민주주의 기본 원리 위에서 성장주의와 분배 주의자가 존재하는 것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자유와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 사회주의는 평등과 연대를 중요시한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사회 민주주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 균형발전이나 소득분배 개념이 그래서 나온다. 사회 민주주의는 소위 말하는 합리적 진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사상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힘을 못 받고 있다. 종북 좌파도 아니다. 종북을 잘 알고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인데 아직 세력이 약하다.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자들이 모이면 일부러 간다.”

-애덤 스미스는 반독점주의자라고 했는데 규제 폐지의 기준은.

“어떤 규제냐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적 질서를 더 제고시키는 데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필요하지 않은 규제는 없애야 한다. 앞으로 국가정책을 판단할 때 개인의 자유와 독창성 창의를 더 높이는 것이면 그것을 채택해야 한다. 즉 자유주의가 그 기준이다. 그다음에는 국가 공동체의 공동체성을 높이느냐 파괴하느냐를 봐야 한다. 두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

◈“공동체성 약화…격몽요결, 성학집요 읽어 동도(東道) 찾자”

-보수와 진보, 여야 간 이념 갈등이 많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동안 민족의 과제인 통일 문제를 국내 정파 간의 이해관계에 이용하다 보니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분열돼 있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견해차다. 그것은 두 가지 때문에 생긴다. 하나는 신념의 차이다. ‘나는 자유가 싫다. 평등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정보의 부족 또는 오류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다. 사실 후자가 많다. 북한과 교류와 협력을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개혁 개방을 할 수 있느냐를 제대로 분석한 연구를 제가 못 봤다. 학자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만들어 국민에게 알리면 상당 부분 견해차를 줄이고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해 동양과 서양이 다르게 접근한 것 같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서구적인 어프로치다. 인간은 죄인이고 한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이기적인 충동에서 움직이지만, 결과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게 시장질서다. 그래서 시장법을 연구한다. 법은 보이는 질서, 경제는 보이지 않는 질서다. 법학과 경제학, 심리학 등 세 가지는 청년들이 공부를 함께하는 게 좋겠다.

동양에서는 좋은 사람을 만들어 좋은 세상을 이루고자 했다. 원죄란 개념이 약해서 인간은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맹자의 측은지심 수오지심 등이 그렇다. 나도 요순과 같은 큰 인격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동양 철학이다. 동양학은 지도자를 만드는 제왕학이다. 우리나라에도 선비 사상이 있다. 선공후사 금욕 청빈 하는 게 선비다. 정신수양을 하지 않으면 인간사회가 금수사회가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한 민주주의냐 생각해봐야 한다. 대중영합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농민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민 갈 때 ‘미국에 갈까, 아르헨티나로 갈까’ 토론을 벌였다. 그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욱일승천하는 경제 강국이었다. 그런데 100년 동안 대표적인 포퓰리즘인 페론주의로 실패했다. 개인의 이익이 중요하지만, 국가의 이익이 얼마나 중요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공동체 자유주의가 그래서 필요하다. 공동체성이 약화한 게 현실이다.

법과 제도를 더 연구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한국의 학문은 공중에 떠 있다. 현실 속에 뿌리박지 못하고 있다. 율곡 이이는 조선에는 창업과 수성세력은 있는데 경장(개혁)세력이 없다고 한탄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학계가 문약하고 현장을 모르고 용기도 없다. 19세기 말 서양 문물인 서기(西器)를 들여왔고 해방 후 산업화를 했는데 그사이에 동도(東道)를 잃어버렸다.

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들은 율곡의 <격몽요결>을 읽어야 한다. 학교 정부 기업 각 분야 지도자들에겐 <성학집요> 읽기를 권한다. 자기 수양을 하면서 치열한 현장 정신을 가져야 좋은 세상을 만드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애덤 스미스를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방향이다.”

☞[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⑬] 다시 읽는 애덤 스미스…"정답은 공동체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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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수 한경닷컴 뉴스국 부국장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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