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증시 판도 바꾼다①

오진원 하나證 "지배구조 개편 이제 시작…'껍데기' 지주사 옛말"

입력 2015-08-18 13:34:22 | 수정 2015-08-18 15: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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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지배구조 관련주(株)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2013년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국내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인해 지배구조 관련주(株) 움직임도 눈에 띄게 커졌다. 최근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슈를 비롯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이 시장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순환출자 구조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오는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한경닷컴]은 국내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4명(김동양·백광제·오진원·정대로)의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를 만나 지주회사를 포함한 지배구조 관련주의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SK, LG, GS, 한진, 두산, CJ.

국내 자산총액 상위 15개 대기업 그룹 중 지주사 체제를 갖춘 곳은 이들 6개 그룹에 불과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통상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다수 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미 지주사 체제 전환을 끝낸 SK와 한진도 최근 계열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그룹사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당장 재계 상위인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 중이죠. 최근 국내 지주사들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대기업 집단의 지주사 전환은 2011년 이후 사실상 정체돼 있는 상황입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사진)은 2008년 지주사 애널리스트로 첫 발을 내딛었다. 요즘처럼 국내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하나의 투자 테마로 자리잡고 높은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올해로 8년째 서울 여의도에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파헤치고 있는 오 연구원을 [한경닷컴]이 만났다. 그는 과거에 비해 기업 지배구조와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달라진 걸 체감하고 있다며 입을 뗐다.

◆ 규제 해소·지배력 강화…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서울 여의도 증권가 리서치센터에서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다른 섹터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다.

분석 범위가 광범위한 데다 그룹별 지배구조 특성과 관련 정책까지 관심을 둬야해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오 연구원의 이야기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분석의 호흡도 길다고 털어놨다.

"지주사라는 한 섹터를 맡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업종에 대한 이해가 두루 필요합니다. 지주사의 자회사들의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 에 모든 산업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동시에 다른 한 쪽에서는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 하고요."

오 연구원은 7년동안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금처럼 국내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하나의 테마로 등장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지주사가 등장한 게 얼마 전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이전까지 기업 오너의 경제력 집중을 경계해 지주사 설립을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죠. 위환위기 이후에는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지배 구조 단순화를 위해 지주사 설립이 제한적으로 허용됐습니다."

이후 정부의 지주사체제 전환 유도 정책과 오너의 지배력 강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지주사들은 최근 2~3년간 급속도로 불어났다.

현재 지주사 수는 110여개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주사들의 코스피 대비 시가총액 비중도 5.5%까지 늘어났다.

오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봤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연말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재계 상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물론 중소형기업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도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주사 설립에 따른 과세 특례를 적용 받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 연말 종료될 예정인데 연장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월에 발의된 '원샷법' 역시 인수·합병(M&A) 관련 제약사항을 해소시킨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긍정적인 재료입니다."

원샷법으로 알려진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과잉공급업종을 대상으로 5년간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이며, M&A 절차 등을 하나로 묶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주사 관심 증가…태생적 한계는 할인 요인

지배구조 개편이 화제가 되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지주사다. 오 연구원은 국내 지주사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독특한 태생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이후 규제가 풀리면서 국내에서는 원래 있던 자회사들을 쪼개 지주사를 만들고, 주식 교환을 통해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합 니다. 그런데 지주사와 자회사의 선후관계를 생각해보세요. 의미상으로는 모회사인 지주회사가 먼저 생기고 자회사가 뒤에 나오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순서가 뒤바뀌게 된 셈이죠."

이 같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국내 지주사들은 해외 지주사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지주사 할인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보통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적정 주가를 매길 때 순자산가치(NAV)를 산출한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 NAV보다 시가총액이 20~50% 낮게 거래되는 지주회사들이 많다. 지주사 할인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지주사와 자회사, 손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는 경우가 많아 수급이 분산되는 만큼 지주사 주가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또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높지 않아 합병 분할 매각 등 중대한 경영사항 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할인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해외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가 많아 중복 상장 문제가 없고, 자회사에 대한 지주사의 지분율도 보통 80~100%에 달하기 때문에 할 인요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부의 이전'…지주사 현금 흐름 증가 '주목'

절대적인 수도 늘어났지만 지주사의 체질도 달라졌다는 게 오 연구원의 의견이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지주사의 '현금 흐름'이다.

"연결 영업이익이 아닌 개별 영업이익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개별 영업이익은 지주사가 자회사로부터 수취하는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수익, 임대수익 등에서 개별 판관비를 차감한 수치입니다. 지주사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를 대신 나타낸다고 볼 수 있죠."

실제 2011년 이후 상장 지주사의 연결 영업이익은 연평균 11.8% 감소한 반면 개별 영업이익은 12.6%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자회사들의 부진에도 지주사들의 개별 실적이 차별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주사의 개별 실적 성장은 그룹 매출에 연동해 증가한 브랜드 로열티와 정부 주도의 배당성향 상향 움직임, 저금리에 따른 차입금 부담 감소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금 흐름의 구조적 증가를 오 연구원은 자회사로부터의 '부의 이전'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 포인트가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상장 자회사의 주가 등락이었다면 이제는 현금 흐름의 구조적 증가로 바껴야 합니다. 특히 지주사 가치 평가의 잣대였던 NAV 할인율에는 이 같은 현금 흐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지주사 투자 기회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봅니다."

오 연구원은 CJ의 사례를 들어 달라진 지주사의 체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적 개선세도 눈에 띄지만 그룹 구조적 측면에서 나타난 변화가 더 주목된다는 평가다.

"CJ는 과거 CJ제일제당 중심의 성장축이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 E&M CJ CGV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식품 제조업부터 유통·외식·여가·문화산업 전반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국내 유일무이한 그룹으로 부상했죠. CJ는 더 이상 과거 제일제당과 분할돼 나온 '껍데기 회사'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순수지주사 뿐 아니라 자체 사업을 갖는 사업지주사도 늘어났다. 자회사 지배 기능 외에도 자체 사업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지주사로는 SK주식회사 C&C를 꼽았다.

"SK주식회사 C&C는 IT서비스와 ICT융합, 반도체 모듈을 자체 사업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자체 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2009년 이후 한 해도 빠짐 없이 연평균 15%대의 개별 영업이익 성장을 기록 중입니다. 올해도 반도체 모듈 사업 확장과 위축됐던 IT서비스 매출 회복으로 20%가 넘는 영업이익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주사 강세 장기전…"대주주 지배력 중요"

오 연구원은 국내 지주사들이 이제 막 '전성기'에 들어섰다고 봤다. 당분간 지주사 주가에 부정적인 요소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배제하고도 지주사 강세를 전망한다는 게 오 연구원의 의견이다.

"최근 지주사만큼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업종도 없습니다. 자체사업을 통한 수익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로부터 얻는 브랜드 로열티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룹 매출과 연결되는 브랜드 로열티는 그룹의 외형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안정적 으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자회사 대비 높은 배당 매력에도 주목했다. 지주사는 오너의 지분이 많아 통상 자회사에 비해 배당성향이 높은 곳이 많다. 여기에 정부 의 배당 정책까지 더해지며 지주사의 배당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지주사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비상장 자회사부터 대주주 지배력, 관련 정책까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과 이슈를 꼼꼼히 챙겨봐야 합니다. CJ의 경우에도 최근 주력 상장사 외에도 비상장사인 CJ푸드빌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죠. 특히 지주사 투자는 우량 비상장사에 대한 간접 투자라는 점에서 좋은 기회입니다."

국내 지주사의 특성상 대주주의 지배력 변화와 관련 정책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지주사 역할의 핵심은 결국 대형 그룹사의 지배입니다. 때문에 대주주의 지배력에 따라 지주사 '부의 이전 ' 효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조세특례법과 원샷법과 같은 지주사 전환 관련 규제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뒷따라야 하고요."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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