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특급' 중국증시 현장을 가다 ②

"10대 타는 롤러코스터 탑승 말고…중국의 '삼성' '호텔신라' 찾아라"

입력 2015-07-10 10:09:07 | 수정 2015-07-10 1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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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慢慢的, 천천히)는 흔히 중국인의 특성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리다는 것인데, 부정적 의미보다는 느긋하고 신중한 대륙인의 기질을 드러내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만만디란 말이 무색하다. 하루에도 냉탕(급락)과 온탕(급등)을 수 차례 오가는 모습에선 콰이콰이(快快, 빨리빨리)란 말도 부족해 보인다. 극단적인 쏠림 현상과 변동성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주식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갯 속에 휩싸인 중국 주식 시장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커다란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후강퉁(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 허용) 시행으로 중국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 지 예측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한경닷컴]은 '거품 붕괴의 서막'이란 비관론과 '재도약을 위한 조정'이란 낙관론이 부유하고 있는 중국 주식 시장의 '속살'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3박4일 간 상하이를 찾았다. [편집자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직장인 진싱(金星 Jin Xing) 씨는 "요즘은 어디를 가도 주식 얘기 뿐"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저녁 모임에 가도 누가 산 주식이 얼마나 올랐네, 떨어졌네 온통 이런 얘기들이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장보러 들른 시장에서도 상인들이 주식 가지고 목소리 높이기 바쁘더라고 진씨는 전했다.

현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주식 투자자 수는 이미 9000만명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원 수(8700만명 이상)보다 많은 것으로 독일, 영국 등 상당수 국가의 인구를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증시를 움직이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85% 이상이어서 이들의 사고 파는 움직임이 증시 등락을 결정한다.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던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들어 시장 분위기가 나빠지자 너도나도 주식을 내다 팔아 최근 주가 급락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 개인 비중 85%…단기 매매 위주

현동식 한국투자운용 상하이 사무소장은 개인 투자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증시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이들을 따라해서는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때에는 중국 투자자의 속도에 말려 뒤를 좇기 보다는 반대편 길목을 지키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혈기 왕성한 10대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단기 매매에 집착하죠.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중년의 경험 많은 40대입니다. 40대가 10대를 힘과 속도면에서 이길 순 없죠. 근본적인 투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전략은 적합하지 않아요."

그는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던 2010년 일찌감치 상하이로 넘어와 한국운용 상하이 사무소의 뼈대를 만들었다.

상하이에서 중국 본토 주식에 대한 리서치를 하는 유일한 한국인 펀드 매니저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운용 상하이 사무소는 현 소장을 포함해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와 운용역 등 7명이 완벽한 팀워크를 구축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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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중심이다보니 중국 주식 시장은 소문이나 스토리(이야기)에 민감하게 움직이죠.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따지기보다는 뉴스 테마를 찾아다니는 경향이 심해요. 하지만 뉴스라는 게 보통 현지에서 가장 빨리 돌고 한국 투자자에게 들어올 땐 이미 한 차례 사고 판 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펀더멘탈 분석과 계량적 예측보다는 테마와 정보에 기반한 투자가 대부분이어서 극단적이고 급격한 중소형주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창업판(중소형) 지수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28배로 사상 최고 수준이 달했다. 그러다 증시가 조정을 받기 시작한 이달 들어 고꾸라지더니 하루에 6% 넘게 밀리기도 했다.

현 소장은 이런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은 시계바늘을 10년 전으로 돌려 중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호텔신라를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 한국의 성장 궤적은 유사성이 있는만큼 우리 경험을 활용해 중국의 발전 상황을 예측하고 한 발 앞서 투자 종목을 골라내자는 것이다.

"삼성전자, 옛날에 사놨으면 팔자 고쳤을텐데, 명동에 중국 사람 많은 것 보고도 호텔신라 놓쳤네, 많이들 그럴 겁니다.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는 중국 주식에 있다는 거죠. 장기 투자가 어려운 중국 투자자들의 약점을 공략해 우리는 이런 주식들을 찾아야 합니다."

◆ 장기투자 성공조건…저가매수 필수

현 소장에 따르면 중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호텔신라를 고르는 비결은 우선 '저가매수'에 있다.

통상 중국 투자자들이 좋다고 하는 기업은 이미 고평가된 곳이 많은만큼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은 싼값에 매수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기다림(장기투자)이 불가피하지만 판단이 틀려도 손실 위험이 적고 쌀 때 사서 기다린 시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는 것.

"후강퉁 쪽을 보면 저가매수할 수 있는 곳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리는 삼성화재, 호텔신라가 성장하는 것을 봤죠.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을 중국이 걸어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해온 것 중에 제일 잘했던 종목, 유사성이 높은 종목을 찾는 것에 답이 있습니다."

<현동식 소장>기사 이미지 보기

<현동식 소장>

그는 저가매수 할 수 있는 곳 중에서도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이익이 꾸준히 늘 수 있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과 환경보호, 공기업개혁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국여'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중국 면세점 시장 성장의 과실을 독점할 수 있는 회사로, 호텔신라의 투자 대안이죠. 2009년 상장 후 이제 막 본격 성장을 시작한 새내기 장기 성장주입니다. 이런 주식은 단기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덜하더라도 장이 하락할 땐 그만큼 타격을 덜 받기도 하죠."

중국국여는 그러나 지난 달 상하이거래소의 정기 종목 교체 시 후구퉁 대상 종목에서 제외돼 일시적으로 매수가 불가능한 상태. 오는 12월에 있을 종목 교체 때는 다시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소장은 다만 주당순이익(EPS) 상승 없이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에만 의존하는 주가 상승은 변동성이 높을 수 밖에 없어 단기 투자 대상이라고 경계했다.

◆ 선강퉁 과열 양상…홍콩 중소형주 대안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선전과 홍콩증시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을 연내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까지 실행되면 사실상 중국 증시의 빗장은 모두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로 후강퉁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나 선강퉁을 노리고 있는 투자자 모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 소장은 지금 상황에서 선강퉁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이 크다며 선전증시보다는 홍콩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일부 한국 증권사들이 후강퉁엔 적극 나서지 못했으니 선강퉁이라도 선취매하자는 얘기를 하는 걸 듣곤 등골이 서늘했죠.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우리에겐 처음이지만 선전증시에 있는 대부분의 중소형주는 이미 현지 투자자들이 살만큼 사서 폭등한 상태죠. 지금 들어가는 건 선취매가 아니라 추격매수일 뿐입니다.

현 소장은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입맛은 변하지 않을 거란 점에 주목했다.

선강퉁으로 선전과 홍콩증시 간 문이 열리면 중국 본토에서 홍콩 쪽으로 거래대금이 상당 부분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들어온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역시나 중소형주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홍콩으로 들어올 수 있는 본토 투자자의 1일 순매수 한도는 103억 위안이지만 선강퉁 시행 시 400억 위안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선전 차스닥지수의 PER이 95배인데 반해 홍콩 중소형지수 PER은 26배에 불과하죠. 홍콩 쪽의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겁니다. 선취매를 하고 싶다면 중국 본토 사람들이 내려오기 전에 홍콩 시장을 선점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 쪽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면 중국 투자자 입맛에서 소외된 저평가 중대형주를 공략하라고 말했다.

선강퉁으로 중국 증시 빗장이 완전히 풀리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수 있어서다.

현 소장은 최근 중국 증시의 조정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쉬었다 가야하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증시 상승으로 체력을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호흡을 잘 추스리고 가야 더 길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 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한국 투자자라면 조정세를 지켜볼 것을 추천합니다. 한 두달 정도 신용융자 털어내고 하는 등의 작업이 있어야죠. 지금까지는 테마, 스토리 기대감으로 중국 증시가 올랐다면 이제는 실적을 확인하면서 갈 겁니다. 펀더멘탈과 관련된 대형주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한다면 중국 증시는 더 오를 수 있죠."

상하이= 권민경/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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