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주목 e팀 ①

500억 움직이는 독수리 5형제…"우보천리로 장기투자 정복해야죠"

입력 2015-06-16 09:31:51 | 수정 2015-06-16 16: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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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메카인 '여의도'는 사람이 곧 자산인 곳이다.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나 펀드 매니저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하루에도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이 오가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만큼 일부 스타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의 경우 높은 몸값을 받고 회사를 옮겨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뛰어난 사람(인재)만큼 중요하게 꼽히는 것이 팀워크. "혼자 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칭기즈칸(몽골제국 창시자)의 사상이나 "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비틀즈다"라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의 철학은 모두 팀워크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한경닷컴]은 뛰어난 팀워크로 여의도 투자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팀을 만나 이들의 끈끈한 동료애와 성공담을 들어본다.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더욱 빛나는 주목 이(e) 팀이 여기 있다.
<편집자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건물 18층에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팀이 하나 있다. 수니파 무장조직 IS(이슬람 국가)와 같은 이름의 한국투자 신탁운용 투자솔루션(IS) 본부로, 사내에서는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팀이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이 팀은 김병규 본부장(상무·46)을 중심으로 류범준 팀장(43), 김연정 차장(41), 서재영 차장(37), 장원형 사원(31)으로 구성돼 있다.

김 상무를 뺀 나머지 팀원들이 전부 건장한 남자들이었는데 최근 홍일점인 김홍주 대리(32)가 합류하면서 진정한 독수리 5형제로 거듭났다. 지난 15일 사무실을 급습해 김 상무와 팀원들을 만났다.

◆ 안정·장기투자 모토…ELS펀드 주목

IS라는 거칠고 위험한 이름과 달리 이 팀의 최우선 모토(표어)는 '안정'이다. 팀 설립 취지가 연금 시대를 맞아 장기 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인만큼 위험은 최대한 배제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연금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팀입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자금을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불릴 수 있을 까 고민하는 것이 저희 일이자 존재 이유죠. 단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첫 술에 배부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출범한 지 1년 반 남짓한 새내기팀이지만 조급하거나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여유를 내보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김 상무는 '우보천리'(牛步千里·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라는 말로 팀의 이런 색깔을 표현했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 팀이 내놓은 상품은 총 3가지. ELS솔루션펀드와 중국 고배당펀드, 스마트 펀드 셀렉션 펀드 등으로 단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10년, 20년 꾸준히 6~7%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이중 팀에서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 지난해 9월 내놓은 ELS펀드. 주가연계증권(ELS)과 펀드를 연계한 이 상품은 지수형 ELS 장점을 살리면서도 가입 금액에 제한이 없고 추가 투자나 환매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기존 ELS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현재 ELS펀드를 출시한 건 한국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두 곳 뿐이다.

"특정 ELS의 경우 위험성이 존재하는 데 반해 ELS펀드는 수익률은 보장하면서도 안정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ELS를 선호하는 투자자에겐 효과적인 투자 대안이죠. 만기가 다른 20개 ELS에 골고루 분산 투자해서 변동성도 최대한 낮췄습니다."

출시 후 지금까지 ELS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400억원 가량이다. 작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나오면서 지수 레벨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자 특정 ELS 대신 ELS펀드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 초 이후 지난 2일까지 들어온 자금만 200억원 이상이다. 펀드 수익률은 6개월 기준으로 6%, 설정 이후 8%를 웃돈다.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변동성을 줄이는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 파생상품을 많이 활용하죠. 그래서 나온 것이 ELS펀드입니다. 보통 파생상품하면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할용하느냐에 따라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김 상무는 한국운용에 오기 전 한국투자증권에서 파생상품을 담당했던 '구조화' 분야 전문가다. 김 차장과 서 차장 등 다른 팀원들도 파생상품 쪽에서 베테랑들이다.

ELS솔루션 펀드에 이어 내놓은 상품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고배당 인컴 솔루션 펀드'다.

변동성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로 특히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 기업을 골라 담는다.

"이 펀드는 5년 이상 중국 본토에서 리서치 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운용 상하이사무소에서 구성한 30~50여개 투자 대상 중 다시 20개의 핵심 종목을 추려서 투자합니다. 중국은 한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배당률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아서 중국 배당주는 좋은 투자 수단이죠."

◆ 펀드가 주목하는 펀드…업계도 '눈도장'

이 팀에서 지난 달 선보인 스마트 펀드 셀렉션 펀드는 업계에서 먼저 주목한 상품. 투자자를 대신해 펀드 선택을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안정적인 수익률 관리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3개월 단위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고 6개월 단위로 펀드 편입과 편출을 검토한다.

김 상무에 따르면 이 상품을 출시하게 된 것은 보험사 측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사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의 경우 한 종류 펀드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기 마련인데 정작 수익률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한국운용에 SOS를 보내온 것.

장기 투자할 때 안정적으로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달라는 보험사의 부탁에 IS팀이 내놓은 것이 바로 스마트 펀드 셀렉션 펀드다.

"아무리 좋은 펀드라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3~4년 좋다가 또 나빠지기도 하죠. 한 펀드를 10년 이상 들고갈 때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런 고민에서 나온 해답이 이 상품입니다. 시장에 맞게 가치주, 대형주, 성장주 등을 다양하게 편입해서 운용할 수 있죠. 주식과 채권을 혼합해 비중 조절을 합니다."

당초 이 펀드의 이름은 '스마트'가 아닌 '안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측에서 펀드 이름에 '안심'이라는 단어를 쓰게 되면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난색을 표했고 팀원 모두가 며칠 밤새워 고민한 끝에 '스마트'란 이름으로 결정했다.

이 펀드를 출시한 첫 날 다른 운용사들로부터 "우리 펀드도 신경 써서 봐달라"는 요청까지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상무와 팀원들이 펀드를 담는 원칙은 확고하다.

"투자자와 투자자 수익률이 우선이기 때문에 우리가 평가한 기준대로 펀드를 담거나 빼거나 하죠. 담을 수 있는 펀드 갯수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철저하게 평가한 뒤 분산 투자하는 식이죠. 우리 회사에서 나온 상품이라고 넣어주고 그런 것도 없습니다."

ELS 솔루션펀드와 중국 고배당펀드, 스마트 펀드 셀렉션 펀드 3가지 상품으로 들어온 자금은 총 550억원 규모다. 외형만 보자면 아직까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ELS솔루션 펀드는 최근 KB국민은행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만큼 앞으로 자금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보다는 품질 관리에 좀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어차피 장기 안목으로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단기에 자금이 크게 불어날 걸로 보진 않아요. 2~3년 정도 꾸준히 기록을 쌓고 나면 움직이는 자금이 많아지겠죠."

성과·목표 앞에서는 차분한 김 상무도 정작 한 가지 문제에 있어서는 조급한 마음이다.

스탠포드대학에서부터 포항공과대학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학력과 업무 실력, 빠지지 않는 외모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김 상무를 제외한 팀원 모두가 '싱글' '미혼'이기 때문이다. 막내 사원마저도 나이는 이미 30대를 넘겼다.

"왜 결혼을 안하는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전 사실 업무가 끝나면 칼같이 퇴근하는 성격인데요. 다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집에도 안가고 회사에 남아있으려고 합니다. 분명한 건 업무가 많아서 결혼을 안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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