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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엘리엇, 삼성그룹 정조준…그들은 '공공의 적(敵)'인가

입력 2015-06-04 14:55:50 | 수정 2015-06-04 14: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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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한국행 비행기'를 탄 미국의 헤지펀드(Hedge Fund) 엘리엇 매니지먼트로부터 선제 공격을 당했다.

엘리엇이 공격적인 자세로 삼성물산의 지분 7% 이상을 확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인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는 지난 60여년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무자비한 약탈자', '경제불안을 만드는 일등 주범' 등으로 불려왔다. 엘리엇의 삼성그룹 공격이 '여의도 대첩(大捷)'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헤지펀드' 엘리엇, 돌발 전쟁이 아닌 이유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미 삼성물산의 지분을 5% 가까이 들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내놓은 공시에 따르면 이들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에서 매입, 하루 만에 모두 장내에서 매수했다.

하지만 현행 공시 규정상 5% 이상일 경우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분 매입 내역을 밝혀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엘리엇 측에 정정공시를 요구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엘리엇은 지분 공시 이전에 삼성물산의 지분 4%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고, 전날 장내에서 추가 매수한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이전부터 사들여 보유중이었다고 가정한다면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 전술'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 '약탈자' 헤지펀드의 공격 전략은 무엇인가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대표 운용전략으로는 롱-숏 전략(Long-Short Equity)이 있고, 인수·합병(M&A) 등이 벌어질 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 있다.

또 '선물시장을 주무르는' 선물 운용전략(Managed Futures)과 전환사채(CB) 차익거래 전략, 부실채권 투자전략, 글로벌 매크로 지표를 활용한 전략, 신흥시장만 주로 투자하는 기법 등도 헤지펀드의 대표 투자전술이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벌어진 헤지펀드의 무차별 공격은 유럽발(發) 재정위기(2011~2012년) 때였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인터내셔널파이낸셜서비스런던(IFSL, 런던국제금융서비스협회)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재정위기 직전에 이탈리아를 집중 공격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정보력을 과시했었다.

당시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PIGS 국가'(재정 위기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유럽 국가) 중 가장 거물인 이탈리아 국채가 급락(금리 상승)하자 헤지펀드가 집중 공매도로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고 분석했었다.

삼성물산을 통해 가면을 벗어던진 엘리엇은 미국에서 1977년 설립,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260억달러(약 29조원)로 알려져 있고, 기본 투자 전략은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행동주의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이벤트 드리븐 전략에 가깝다는 얘기다.

엘리엇은 특히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의 지분 상당 부분을 인수하거나 기업을 통째로 사들여 경영을 정상화시켜 되팔고 나가는 방식이다. 주로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해 지분을 사서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엇은 1995년 파나마 정부가 외채를 구조조정하자 파나마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5억7000만달러를 지급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장이 엘리엇을 '약탈자', '먹튀'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행동주의 파란눈 주주' 삼성그룹 잇따라 정조준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4년 영국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로부터 가장 처음 경영 간섭을 받았다.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는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5%(777만2000주)를 사들여 경영참여를 선언했었다. 이는 삼성그룹 내 삼성물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생명(4.8%) 보다 많은 규모였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지분 매각 요구 등을 삼성물산을 통해 해오다 같은해 12월 3일 단 하루 만에 보유지분 전량을 장내에서 팔아치웠다. 시장에 알려진 차익은 약 3642만달러(380억여원)였다.

지난해 7월 삼성그룹은 다시 한번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주주정책을 요구당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동력)이 없다'는 일침으로 일부 외국인 주주들이 그간 쌓아온 이익을 나눠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街)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페리캐피털, 악트만에셋, 아티잔파트너 등이 삼성전자에 현금보유 분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월스트리트는 당시 "삼성전자는 약 6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013년 배당금은 순이익의 7.2%에 불과해 지나치게 배당성향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적극적인 주주정책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 이들은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을 겨냥해온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계 주주 행동주의 펀드는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둬 왔다"며 "유명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2005년부터 2006년 사이 KT&G와 분쟁을 통해서 15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올리며 국내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 분석을 통해 향후 기업의 전망을 사고 파는 대신에 지분 확보를 통해서 직접 경영에 개입하고, 기업의 미래 실적 등을 바꾸는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올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는 칼 아이칸, 대니얼 롭, 빌 애크먼, 데이비드 에인혼 등"이라며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헤지펀드들은 애플, 소니, 펩시, 마이크로소프트, 듀폰, P&G 등 글로벌 기업들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는 930억 달러로, 2008년에 비해 3배 이상 불어났다. 규모가 확대되면 투자 대상 역시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지배구조 기업들이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 아닐까.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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