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 ②

손복조 사장의 리스크 관리 (하) 경영론…"매일 생존을 걱정하며 산다"

입력 2015-05-21 06:56:24 | 수정 2015-08-11 13: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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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복조 사장은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잘 못한다고 했다. 투자를 잘하는 사람의 성격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국내 증권업계에 리스크 관리 개념을 처음으로 들여온 인물이다.

증권사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할 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당 부서도 만들고 관련 시스템도 도입해 ‘리스크 관리의 전도사’로 불린다. 대우증권을 업계 5위에서 1위로 다시 올려 놓은 경영 신화도 빼놓을 수 없는 스토리다.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소형 증권사를 7년 넘게 경영하고 있는 그는 "증권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콜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애로사항을 털어 놓았다.

◆증권업계 리스크 관리 1세대

-화제를 돌려보겠다. 국내 증권업계에 리스크 관리는 언제 도입됐나.

"1995년이다. 내가 7년간 대우증권 일본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본사 기획실장으로 복귀했을 때다. 1997년 외환위기를 2년 앞두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자산운용 분야를 확 바꿨다. 당시 대우증권은 채권과 주식을 1조 원어치씩 갖고 있었다. 유가증권 운용규모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일본에서 배운 리스크 관리 툴을 적용했다. 그 때부터 리스크 관리라는 말이 업계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것인가.

"일본은 당시 여러 분야에서 한국보다 10-20년 빨랐다. 리스크 관리도 보편화돼 있었다. 금융회사들은 일찌감치 리스크관리 부서를 뒀다. 당시 4대 증권사 조직도를 수집했는데 모두 리스크관리부가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리스크 관리라는 게 핵심은 자기 자본(개인은 투자 자금)이 얼마인데 이 가운데 리스크 상품을 얼마로 할 지 정하는 것이다. 위험 금액을 미리 확정한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1조 원이면 '리스크 금액을 3000억 원만 갖고 가자' 또는 '5000억 원만 가자'고 미리 정하는 식이다. 위험 금액을 정한 뒤 그것을 상품별로 쪼개서 투자하면 된다. 가령 ‘주식은 1000억원으로 하고 이 가운데 대형주는 얼마이고 코스닥주는 얼마’ 이런 식으로 사전에 정해 놓고 투자하는 게 리스크 관리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투자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포트폴리오와는 약간 다르다. 위험을 사전적으로 분산해 놓고 관리를 하는 것이다. 주식을 5000억 원어치 투자하든, 6000억원어치를 하든 관계없다. (위험금액을) 미리 정해 놓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채권투자의 경우 옛날에는 금액으로만 관리했는데 위험으로 관리해야 한다. 국채는 많이 갖고 있어도 위험금액이 적기 때문에 모든 것을 위험금액으로 바꿔 관리하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1995년부터 그런 방식으로 관리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본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부서를 직접 찾아 가봤다. 뭐하는 지도 물어보고 배웠다. 그래서 본사 복귀 후 리스크관리부를 만들었다. 그 부서에서 자기자본 중에 주식을 얼마, 채권을 얼마를 정했다. 채권 가운데 장기채 단기채 등 만기별로 쪼개서 관리했다.

당시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이 1조 원인데 주식을 1조 원어치 갖고 있었다. 내가 '말이 안된다. 1000억 원도 많다. 상품주식 모두 팔아라'고 하니 주식 운용하는 부서 등에서 크게 반발했다. 국제부에서도 자기 포지션 갖고 있는 것을 왜 줄여야 하냐며 항의했다. 그래도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고 사전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다 보니 위험이 전혀 없었다. IMF 때 대우증권은 오히려 우량 채권 등을 갖고 있어 돈을 벌었다.

외환위기때 대우증권 기획 재무 담당 임원이었다. 당시 동서증권이 자기자본이 7000억 원인데 매일 콜거래 규모가 총 1조 원에 달했다. 그 땐 증권사끼리 500억 원, 1000억 원씩 빌려주고 받고 하는 게 다반사였다. 유동성 위기가 올 때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판단해서 자금 담당자에게 동서증권과 거래하지 말라고 했다. 자금 담당자가 동서증권과의 거래를 계속하길래 단호하게 중단시켜 외환위기때 영향을 적게 받았다."

-당시 대우그룹은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대우증권만 잘 나간 것인가.

"그게 아니라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다 별 볼 일이 없었는데 대우증권만 잘 나갔다. 내가 미리 위험을 다 줄여놓았다."

-리스크 관리의 실패사례를 꼽으면.

"앞서 언급했듯이 외환위기때 동서증권과 고려증권이 망한 게 리스크 관리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 때 고려증권의 자기자본은 3000억 원이 채 안됐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빌려쓰는 타인자본(증권사는 하루짜리 콜 밖에 없다)으로 매일 7000억 원 정도 썼다. 동서증권은 자기자본이 7000억 원인데 콜을 하루에 1조 원 썼다. 이에 비해 자기자본 1조 원인 대우증권은 콜을 그 범위내인 1조 원만 썼다. 그러면 위기상황에서 누가 더 위험할까.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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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이 삼성증권을 3개월만에 눌렀다"

-대우증권을 업계 5위에서 1위로 올려 놓았다고 알려졌다.

"대우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대우증권은 업계 1등이다. 자기자본, 자본금, 인력, 점포수, 영업수익, 점유율, 리서치 수준 등 모든 기준에서 독보적인 1등이다. 거기에는 배경이었다. 1983년에 1등인 삼보증권과 2등인 대우그룹의 동양증권이 합병하니 무조건 다른 증권사의 두배 이상이었다.

독보적 1등이었던 대우증권이 대우 사태(2000년)가 나면서 5등으로 처졌다. 증권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주식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5위다. 채권은 장외시장이라는 게 있어 잘 파악되지 않는다. 증권사는 주식시장 점유율이 1등이면 수익도 1등이다. 요즘은 달라진 게 키움증권이라는 데가 나와서 워낙 위탁매매 수수료를 싸게 해 점유율 1위라도 수익이 1등이 안되지만 그 전에는 점유율이 중요했다.

2004년 6월3일 대우증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지금은 옛날과 달리 증권사 1등이 어디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내 생각에는 주식시장 마켓쉐어 1등을 하지 않고서는 1등이라고 할 수없다'고 말하며 1등 회복을 첫 해 경영목표로 내세웠다."

-당시 마켓쉐어 1등은 어디였나.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이 주식시장 점유율 8.8%, 대우증권이 5.8%였다. 삼성증권이 가만히 있다고 가정해도 3%포인트를 더 올려야 한다. 당시 대우증권 점포 120개중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1.5배 이상 큰 약 30개 서울 강남지역 점포의 점유율 합계가 1%가 채 안됐다. 그러니 3% 올리는게 얼마나 어렵겠나. 대우증권은 당시 4-5년간 월간 실적이라도 한번이라도 1등한 적이 없었다. 내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지금이 아니라 내년 3월 말 결산때 1위를 회복하자. 그러기 위해 각자 한달만이라도 1등하자’라며 시작했다."

-3년만에 1등 회복에 성공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 1등은 취임 3개월만인 2004년 9월에 달성했다. 경영의 핵심 즉 마켓쉐어 1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그 때 알았다. 남들은 사장 취임하면 2-3달은 업무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내지만 나는 1등을 해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썼나.

"취임 다음날 전국 지점장 회의를 소집했다. 인사와 성과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1등 회복을 위해 공정한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뭐가 공정하냐는 것이다. 누구든 자기한테 유리하면 공정하고, 불리하면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 그것부터 바로잡겠다고 마음먹었다. 전국 지점장회의에서 전기대비 수익증가율, 1인당 생산성 등 10개 지표를 던져 놓고 어떤 지표로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지 2개만 고르라며 분임토의를 시켰다. 120명이 10개 팀으로 나뉘어 2시간 넘게 토론했지만 집단별로 의견이 다 달랐다. 결론이 안났다.

그래서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점유율 1등 회복을 경영목표로 잡았는데 그러려면 점포별로 모두 목표치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야 한다. 여러분이 잡은 올해 목표가 전년대비 10% 또는 20% 상승인데 50% 상승을 목표치로 주겠다. 이렇게 되면 규모가 적은 점포든 큰 점포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본부별로 목표치를 50%이상으로 높일테니 본부장이 전권을 갖고 점포를 재배치하든 지점장 급여를 더 주든 알아서 하라. 그 대신 본부장 평가는 목표대비 달성률이다.

점포장 상위 10% S급에게는 지금 받는 급여의 두세배를 주겠다. 하위 10%는 무조건 면직이다.’라고 말했다. 시스템을 개발해서 점포별 실적을 리얼 타임으로 관리해 매일 1등 점포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고 피자를사주면서 격려했다. 그랬더니 조그만 점포에서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1등을 하자며 난리가 났다. 약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난도 많았지만 확실한 경쟁구도를 갖춘 것이다."

◆"IB는 자본력이 성공의 관건…중국 시장은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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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투자은행)사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IB를 어떻게 정의하는냐인데 돈갖고 투자해서 버는 것이다. 상품주식, 채권운용, PEF(사모투자펀드), 인수업무, IPO(기업공개), M&A(기업인수합병)업무가 모두 IB다. 그것은 결국 돈의 크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내가 돈이 1조 원밖에 없는데 어떤 단일 프로젝트에 1000억 원이 들어간다면 투자하지 못할 것이다. 위험관리가 안된다.

프로젝트 한 건에 자기자본의 1%를 투자하는 것도 위험이 크다. 1조 원이 있어도 1%면 100억 원 밖에 안된다. 자본이 많으냐가 관건이다. 자본이 많지 않은데 고수익이 있다고 많이 투자하면 위험이 커진다. 성공하면 크게 벌겠지만 실패하면 위험이 크다. 어떤 회사가 IB에 투자해서 돈 많이 벌었다면 그 게 리스크를 관리해서 번 것인지, 운떼기로 번 것인지 그 내용이 중요하다. 그냥 나타나는 숫자로 잘했다 못했다 판단할 수 없다."

-중국 증시가 최근 시장의 화두다. 기회이자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 넘게 올랐는데 더 갈지는 누구도 모른다. 미국이 중국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어떤 메카니즘으로 대응할 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 증시가 더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기에 베팅할 것이다. 더 갈 지 안 갈 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의외로 무조건 중국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것은 잘못된 것이다."

◆토러스증권 7년 지속경영 "매일 생존을 걱정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창립 7주년(5월15일)을 축하한다. 그동안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정말 중소기업 창업자들 특히 제조업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직이나 체계가 잘 짜여지고, 역사가 있고, 백그라운드도 있는 대기업에서 CEO를 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꾸려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느꼈다."

-창업을 리스크의 범위로 따져본다면.

"엄청 크다. 자본력이 매우 취약해 조금만 잘못되면 그대로 망한다."

-7년 동안 위기가 많았나.

"회사 설립 첫 달에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부터 돈을 벌 자신은 있었는데 첫 해에 자기자본의 20%를 까먹었다. 함께 출발한 애플투자증권은 망했다. 지금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자본력이 약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를 충당하기가 빠듯하다. 소형 회사는 자금조달을 원천봉쇄 당했다. 정부에서 콜자금을 전혀 못쓰게 하고 있다. 타인자본을 하나도 못쓴다. 왜 그렇게 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증권사 경영이 잘 안되고 숫자가 많다고 하니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신생 회사에 가혹한 규제를 적용한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안된다.

설립 초기에는 1000억 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 돈 갖고 주식과 채권으로 운용해 보고 고객들에게 신용도 줘봤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자금조달이 완전히 중단되니 아무런 비즈니스가 안된다. 거꾸로 우리 돈(자기자본)으로 약 300억 원이 있는데 채권거래 대기자금으로 쓰려고 보통예금에 넣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콜 거래를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대형사는 회사채나 CP(기업어음)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소형사는 아무런 자금조달 수단이 없다. 신용등급이 없으니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 지금도 자본금 300억 원인데 부분 잠식상태다.직원수 100여명에 영업수익은 ‘똔똔’ 수준이다."

-7년간 지속가능 경영을 해온 것 아닌가.

"시작할 때에는 증권업 면허만 받으면 먹고 살 것으로 생각했는데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런 계획이 깨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환경이 달라져 직원 봉급을 못줄 정도로 망가졌다. 대표적인 게 법인영업부다. 옛날에는 법인영업부가 있으면 연간 100억-200억 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직원들 인건비 벌기가 버겁다. 임대료도 안 나온다."

-거래량이 줄어들었나.

"(위탁매매) 수수료가 낮아져서 그런 것이다."

-그동안 보람찬 일은.

"없다. 매일같이 생존을 걱정하면서 살아왔다. 한때 200명이 넘었던 임직원을 100명 남짓으로 줄였고, 때로는 봉급도 못가져갔다. 임원 봉급도 절반도 못주기도 했다."

-하루 24시를 25시로 산 케이스 같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거의 회사에 나왔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도 잠시라도 나와서 혼자서 책도 보고 그랬다."

손 사장의 건강 비결은 아침 목욕과 주말 등산이다. 그는 "매일 아침 동네 목욕탕에서 땀을 흘리는 것은 수십년된 습관"이라고 소개했다. 2004년 6월 대우증권 사장으로 발령나자 마자 골프를 끊었고 그 대신 매주 토요일 주로 관악산으로 향한다. 매달 셋째주 토요일 등산 모임인 '삼토회'에는 빠지지 않는다. 자연염인 인산가 죽염을 많이 섭취하고 체질식도 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도 오랜 습관이다. 가로 책꽂이에 신간들이 빽빽하게 채워진 그의 집무실은 ‘독서경영의 전도사’라는 또다른 별명을 떠올리게 한다.

글=최명수 한경닷컴 뉴스국 부국장 may@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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