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 ①

손복조 사장의 리스크 관리 (상) 투자론…주식투자로 대박 나는 비결 있을까

입력 2015-05-21 06:22:37 | 수정 2015-08-11 13: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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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돌아가는 자본시장…. 주식과 채권, 환율 시장으로 크게 나뉘는 자본시장은 ‘경제의 창(窓)’이자 바로미터다. 사람 몸으로 치면 주가는 체중, 금리(또는 채권 수익률)는 혈압, 환율은 체온에 비유된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사람의 몸집이 부풀고 쪼그라드는 것과 비슷하다. 시가총액으로 국가나 기업의 경제 규모나 기업가치를 따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금리 인상과 인하는 돈의 수요와 공급(통화량의 증감 즉 혈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율은 국가별 경제력(또는 화폐 구매력)의 상대가치이므로 바깥으로 뿜어내는 ‘경제의 체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코스피 2100, 코스닥 700선을 넘어서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거품 붕괴에 따른 오랜 저(低) 체중에 시달려왔다. 돈을 혈액으로 비유했을 때 우리 경제는 기준금리 연 1.75%로 심각한 저혈압 상태다.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경쟁으로 저체온증(낮은 환율, 원화가치의 상대적 강세)을 앓았던 환율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탈출구 모색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경닷컴은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분주하게 움직이는 국내외 자본시장을 생생한 현장 스케치 또는 직격 인터뷰, 논쟁적 대담, 전문가 진단, 칼럼 등 다양한 형태로 짚어보는 [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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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맏형' 또는 '리스크 관리의 전도사'란 말이 실감났다. LG선물과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뒤 2008년 토러스투자증권를 창립해 만 7년 넘게 경영하고 있는 손복조 사장(63).

창업 첫달에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지만 위기 때마다 그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돋보였다. 지난 7일 한국CFO스쿨 창립 15주년 기념행사 때 ‘지속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주제를 강연했던 그는 "실패 자체 때문이 아니라 성공 때문에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가격제한폭 확대(±15%→±30%) 시행을 한 달 앞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빌딩 집무실에서 손 사장을 만났다. 그는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테이킹하는 대가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인데 금리, 환율, 주가, 부동산, 원자재 등의 가격 위험은 신(神)도 모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블랙 스완(Black swan)처럼 극단값(0.1%의 확률)이 세상을 바꾸므로 금융회사든 개인이든 감당할 수 있는 위험액을 설정한 뒤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성공이 실패의 원인"

-한국CFO스쿨 강연에서 투자 격언을 하나 소개했는데.

"일본 증권시장에서 오래동안 내려온 '한네 하치가께 니와리비끼(半値 八掛 二割引)‘라는 속담이다.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 일단 50%까지 떨어지고, 다 떨어진 것 같지만 거기서 80% 수준까지 떨어진 뒤 또 그 가격에서 20%가 하락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 100이라는 가치는 32까지(100→50→40→32) 떨어진다. 예를 들어 2007년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을 돌파(10월16일 사상 최고 6124.04)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00까지 반토막나자 사람들은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때 나는 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당시 반토막의 80%인 2400수준에서 20%(480)가 더 하락하면 1920이 된다.(이후 최저점은 2008년 10월28일 1664.93) 주가가 떨어질 때는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 '1층 밑에 바닥, 바닥밑에 지하, 지하 밑에 또 지하'라는 우리 증시 속담과 비슷하다."

-"성공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가.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하기 쉽다. 투자 역시 실패를 많이 해 본 사람이 리스크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리스크에 대해 생각을 안하기 십상이다. 특히 환율 금리 주가 원자재 등의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내 예측대로 리스크를 테이킹하니 수익이 나더라. 설마 (이 종목의) 가격이 (그 이상) 크게 떨어지겠는가'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다보면 어느 한 순간 망하게 된다. ‘설마’는 지속경영의 가장 큰 적이다.

가령 어떤 주가가 10만원인데 5만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얼마의 수익을 준다는 ELS(주가연계증권)상품이 있다고 치자. 많은 사람들이 ‘설마 5만원 밑으로 떨어지겠느냐’고 생각한다. ‘설마’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익률은 굉장히 높다. 그런데 '설마'가 일어날 확률도 높다. 블랙스완도 똑같다. 0.1%의 극단값이 세상을 바꾼다. 설마의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설마’의 경우가 발생해도 회사 또는 개인의 존폐에 지장이 없을 만큼만 투자하도록 의사결정 메카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

-작년말부터 주가가 많이 올랐다.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가격 변수에 대해서는 신도 모른다는 것을 머리속에 넣어 둬야 한다. 리스크 관리의 첫번째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성공해 본 사람들일수록 자기 성공 체험에 빠져서 ’이번 장은 언제까지 간다‘라며 베팅한다.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가격은 누구도 모른다. 전문가도 예측만 할 뿐이다. 그런데 올라갈 때 베팅을 해야 리턴이 생긴다. 리턴이 생기는 투자를 할 때 설사 시장이 반대쪽으로 가더라도 내가 생존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 범위내에서 투자하라는 이야기다."

◆17년만의 가격제한폭 확대 "뇌동매매 줄어들 것"

-코스피 코스닥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6월15일)에 따른 영향은.

"미국 유럽에는 가격제한폭이 없다. 일본 중국 대만 등은 ±7∼22%로 제한폭을 두고 있다. 1998년이후 17년 만에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최악의 경우 15%밖에 안깨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상한가에 사서 하한가로 팔면 30% 깨지지만 앞으로 30%로 확대되면 하루에 최대 60%까지 빠질 수 있다. 위험이 커지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위험하게 느낄 것 같지는 않다. 옛날에는 장이 오르거나 내릴 때 뇌동매매 때문에 상한가나 하한가 종목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투매가 발생하면 사려는 사람이 생긴다. 시장 참여가 많아서 가격 메카니즘이 잘 작동되고 있다. 제한폭이 30%로 확대되면 오히려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외적으로 큰 사건이 나서 한꺼번에 이익이나 손실을 많이 보는 케이스가 가끔씩 나타나서 화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투자자들이 더 신중해질 것이다."

-그러면 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그런데 우리 시장에는 데이트레이더가 많다. 선물옵션 매매 등 장중에 사고 파는 사람이 많다. 거래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주가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더 안커질 수 있다. 가끔 큰 사건이 있을 때는 클 수 있는데 몇번 경험하면 투자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신중해 질 것이다."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의 성격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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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 공통점이 보이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은 정답이 없다. 아무리 오르는 종목이지만 한꺼번에 가지 않는다. 출렁출렁거리면서 올라 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만 빠져도 못견디는 사람이 있다. 팔고 나면 손실이다. 아무리 올라가는 종목이라도 그렇다. 그래서 개인적인 성향에 투자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주식투자성향에 잘 맞는 성격인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돈을 못버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놓고 잊어 버리고 한 참 있다보면 몇배씩 올라 있는 경우가 있고, 어떤 이는 오늘 사면 내일이라도 바로 올라야 재미가 있으니까 그런 종목만 하는 사람이 있다. 또다른 어떤 사람은 그런 종목은 쳐다보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큰 종목을 골라 여유 자금으로 사서 묻어놓는다. 그 결과 몇배씩 오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투자스킬이 없는 사람이 조급하고 안달하는 성향을 갖고 자주 매매하면 백전백패한다. 전문투자자들은 트레이닝을 잘 받아서 성공하기도 한다. 자기가 주식투자 성향에 잘 맞는 지 스스로 물어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주식투자 방법을 권한다면.

"제일 좋은 것은 투자금이 제로가 될 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위험액을 설정하는 것이다. 날라가도 관계없다는 여유 금액 규모만 투자해야 한다."

-너무 보수적인 것 아닌가. 어떤 사람은 지금 같은 장에서는 연 2%대 저금리로 돈을 빌려서 연 15% 이상의 투자수익을 내야 한다고 하는데.

"아니다. 주식투자는 100%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가령 어디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두 세달 여유가 있어 그걸로 주식한다든지 그러면 백전백패다. 다른 용도가 있는 돈을 갖고 투자하면 안된다.있으면 안된다. 설사 여유기간이 1년이라도 1년은 금방 간다."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투자자나 펀드매니저를 꼽는다면.

"투자철학을 갖고 가치주에 투자한다든지, 분산투자를 하는 사람은 그 자체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요즘 장에선 가치주가 각광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걸로 손해 보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지금 막 중소형주나 테마주로 수익을 냈다고 해도 그런 것만 좋아하면 내추럴엔도텍 같은 종목이 나올 때 투자금이 모두 날라간다. 고수익을 좋아한다면 내가 투자하는 종목이 다 날라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강조했는데.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기대감이 크지만 기대감과 달리 기회는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에 투자하든, 가격에 투자하든, 내가 생각하는 일정 금액의 수익을 내는 데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투자자라면 주식을 사들인 뒤 두 세달 동안 인내심을 갖고 하락세를 견디다가 도저히 못참고 팔았더니 다음날 주가가 오르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전지전능(almighty)하다’라는 속담이 그래서 나온다. 시장은 신처럼 투자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나를 조롱한다'는 격언도 있다."

-돌직구를 던지겠다. 개인적으로 투자에 성공했는가.

"나는 투자를 잘 못한다. 지루하게 기다리지 못한다. (주식을) 사면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니까 돈을 잘 못번다. 가까운 지인인 K씨는 돈을 잘 번다. 다른 것 없다. 그 양반은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주식을 천천히 사서 모았다가 주가가 움직이면 조금씩 조금씩 내다 판다. 1만원선 일 때 산 종목이 요즘 7만-8만원 하는데 아직도 갖고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2만원대만 되도 팔아버릴텐데 그 양반은 대단한 사람이다."

글=최명수 한경닷컴 뉴스국 부국장 may@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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