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야망 '일대일로' 전문가 좌담회

"中, G2에서 G1으로…위안화 패권을 향한 꿈"

입력 2015-04-22 13:45:19 | 수정 2015-04-22 20: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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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향한 중국의 야망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57개국 참여 속에 연내 출범을 앞둔 가운데 동서양의 해상과 육상을 연결하는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돈 보따리를 들고 주변국을 방문하며 일대일로에 대한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AIIB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은 22일 서울 중림동 본사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열고 일대일로를 통해 드러난 중국의 야심과 향후 전망을 심도있게 짚어봤다. 좌담회에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고의 중국 전문가인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과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종규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책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사회는 변관열 증권금융팀장이 맡았다.

◆ 세계 주요국, 美 '핵폭탄' 아닌 中 '돈폭탄' 선택

▷ 사회= 중국이 왜 이 시점에서 '일대일로'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생각하나.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일대일로는 중국이 G2(미국, 중국)가 아닌 G1으로 올라서기 위한 전략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가진 두 개의 힘은 핵무기와 자본력이었는데 현재 돈(달러)의 위력은 떨어졌고 남은 건 핵무기 뿐이다. 이 시점에서 중국이 그리는 보다 큰 그림은 '위안화 패권 전략'으로 일대일로는 이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뿐이다.

▷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건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지도를 앞에 놓고 판도를 새로 짜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 이상 미국의 세계패권주의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전 소장이 말한 것처럼 위안화 국제화가 가장 중요하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이 점차 둔화됨에 따라 일대일로를 통해 주변국가에 자본을 수출하고 인프라를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자 하는 것이다.

▷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목표는 중국이 글로벌 최대 신흥 경제블록의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신성장엔진을 확보하거나, 공급과잉산업의 버블(거품)을 완화하려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른 바 중국의 글로벌 최강 시대를 의미하는 '팍스 시니카 플랜' 으로 봐야 한다.

▷ 사회= 그렇다면 AIIB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건가. 실제 전 세계 금융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은 있는가.

▷ 전 소장= 이번 AIIB 회원국 모집에서 선명히 드러난 건 세계 57개 나라가 미국의 '핵폭탄'이 아닌 중국의 '돈폭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이자 외갓집이나 다름없는 영국이 제일 먼저 손들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AIIB를 통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1조5000억 달러(10년간)에 달하는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영국은 바로 이 시장에서 자신들이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가입을 서두른 것이다. 제조업이 완전 붕괴되고 남은 것은 금융산업 뿐인 영국이 재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가진 3조8000억 달러 외환보유고의 힘이다.

▷ 사회= AIIB와 관련해선 각국의 지분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보나.

▷ 전 소장= 우선 중국의 경우 지분 51%를 가져갈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분 가지고 배당 주는 사업도 아니고 지분율이 많으면 증자만 늘어나는 거 아닌가. 일대일로로 직접 연결되는 국가들, 예컨대 키르키즈스탄이나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은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게 좋을 것이다. 한국은 지분 3%다, 5%다 이런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설 공사 지분' 등을 확보하는게 필요하다.

▷ 사회= 우리가 공사 지분을 별도로 요구할 수가 있나

▷ 안 연구위원= 프로젝트별로 해서 협상이 이루어질테고 수주를 따와야 하는데 공사 지분을 확보하기란 힘들 것 같다.

▷전 소장= 한국기업은 실질적으로 시베리아나 산간 지방 공사 경험이 없어서 입찰 들어가면 승산이 없다. 동남아시아에서 한 것도 빌딩을 지은 것이지 철도를 놓거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내 공사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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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다시 일대일로로 돌아와보자. 일대는 '원 벨트' 일로는 '원 로드' 개념으로 철로 연결 뿐만 아니라 지역별 경제 영향권을 묶는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

▷ 전 연구위원= 원 벨트는 말그대로 벨트 개념이어서 복합개발이다.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길마다 고속철도가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그 밑단으로는 가스관 송유관 등의 인프라 투자도 병행된다. 중국은 이미 1978년 개혁개방 당시 점·선·면 거점 개발을 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일대일로 프로젝트 역시 차분히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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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vs 美 사이 낀 한국…자국 이익 최우선

▷ 사회= 그렇다면 중국 주도의 AIIB와 일대일로를 마주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 같은데.

▷ 안 연구위원= 앞서 말했듯이 AIIB 사례를 보면 영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장 먼저 가입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놓인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아햐 한다. 어차피 AIIB에 가입했고 일대일로와 관련된 이상 이제 게임의 법칙은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이다. 원자재 조달, 해양 운반 등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 전 소장= 사실 한국은 AIIB나 일대일로 자체만으로는 얻을 게 별로 없다. 일대일로가 실제로 한반도를 지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속철 기술이 세계 4대 업체에 비해 떨어진다. 일대일로를 우리나라까지 연장하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면 건설 프로젝트 참여 지분을 보장해 달라는 주문을 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건 더 큰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일대일로의 진짜 목적이 위안화 패권 전략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역외금융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 안 연구위원= 맞는 말이다. AIIB를 활용해서 한국을 위안화 펀딩 허브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사례를 들면 중국계 5대 은행이 한국에 전부 들어와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 위안화를 유럽에 대출해서 그 차익으로 돈을 버는 게 이들이다. 앞으로 일대일로를 추진하려면 위안화 펀딩 수요가 커질텐데 중국 자본시장은 막혀 있다. 그렇다면 이걸 한국에 와서 하라고 얘기해 볼 수 있다.

▷ 전 소장= 같은 맥락에서 중국과 우리의 자본 시장을 연결하는 '후한퉁'(상해와 한국 증시의 교차 매매 허용)도 필요하다. 한국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벌써 20년 이상 투자를 해본 투명한 시장이고 삼성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잘 알고 있는 대표 기업이 많다. 중국 입장에서는 투자 가치가 있다.

▷ 전 연구위원=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의 인프라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다. 자연스레 건설과 산업재 수요를 자극할텐데 우리가 가진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역들이 많다고 본다.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소비재에 기회가 있다. 중국 중서부 남부 지역 곳곳은 여전히 개발 수준이 낮아서 이 지역이 발전하면 소비가 급증하는 구간이 생길 수 있어서다. 중국의 소득 증가와 소비 증가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된다.

▷ 사회= 끝으로 거대담론 말고 지금 당장 우리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하고 뭘 준비해야 하나.

▷ 전 소장= 일대일로에 메이저 플레이어로 참여할 기업들의 주식을 사면 된다. 지난해부터 열린 후강퉁(상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 허용)을 통해 개인이 주식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투자를 하는 건 맞는데 문제는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초반 발빠르게 투자해서 수익을 얻을 수는 있는데 팔고 나가야 할 시점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전 연구위원=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주식 시장과의 직접 연결고리보다는 거시(매크로) 측면을 봐야 한다. 중국 산업이 일단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주목할 만 하다. 인프라, 금융, 소비재 등 광범위한 산업군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 부동산 개발 관련 업종 등은 수혜가 예상된다. 문제는 단기 기대감이 많아서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안 연구위원= 중국은 각 지역(성)별로 지방 모태 펀드가 있다. 일대일로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실제 일을 하는 건 각각의 지방 펀드다. 우리나라는 그 펀드와 공동펀드를 만들면 된다. 이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이미 일대일로가 지나가는 지역에서는 펀드 조성이 시작됐다. 예컨대 광서 지역의 경우 금융시범구라고 있다. 이런 곳들을 유럽 국가들이 선점하기 전에 우리가 발빠르게 들어가야 한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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