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학 NH證 소장 "50대 이상 무조건 집 팔아라…노후 준비 '금융자산' 늘려야"

입력 2015-04-14 11:16:59 | 수정 2015-04-14 11: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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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소장>



50대 이상 부모 세대에게 '집'이란 단순한 주거의 의미를 넘는다. 주인 눈치 안보고 전셋값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을 마련했다는 건 평생 열심히 살아왔다는 삶의 증거 같은 것이다.

몇 년 째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언젠간 집 값이 올라가리라는 희망을 놓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14일 만난 금융투자업계 '은퇴' 전문가인 이윤학 NH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사진)은 이런 부모 세대에게 지금 당장 집을 팔으라고 말했다. 집을 팔아 전세로 가던가, 파는게 안된다면 평수라도 줄이라고 조언했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원활한 노후준비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집 벽돌을 매일 하나씩 떼어내 팔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은퇴 이후 노후 생활에 필요한 건 언제든 찾아쓸 수 있는 금융 자산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 집 벽돌 떼내 팔 건가?…사는 것 아닌 사는 곳

"우리나라 50대 이상에게 집은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대상이죠.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도, 이렇다할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아도 집을 판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무조건 50%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이 소장은 노후 준비를 망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 자산과 현금성 자산'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부동산이다. 집에 대한 유별난 집착과 더불어 과거 부동산의 양호한 투자수익률이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계에서 부동산은 절대적 비중을 가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이 73%, 금융자산은 27%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금유 자산 비중(39~70%)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

그나마 있는 금융자산에서도 현금이나 예금 같은 안정형 자산이 주를 이룬다는 게 문제라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 채권, 펀드 등 예금을 제외한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25%대인 반면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가계 금융자산 중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53%에 달한다.

"생활비를 인출함으로써 노후자산이 감소하는 걸 막아야 하지만 안정성 위주 운용으로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죠. 결국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집을 팔거나 줄이거나 혹은 주택연금을 통해 부동산을 유동화해야 합니다. 금융자산 운용도 예금보단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을 적극 활용해 비중을 40%까지 높여야 합니다."

이 소장은 노후에 집을 팔아 생활비로 쓴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보편적 방법이 아닌만큼 주택연금을 현실적 대안으로 지목했다.

주택연금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금액의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소위 4층 연금으로 불린다. 주택연금 보증잔액은 작년 9월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3200억원 가량 증가해 이미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가입조건은 60세 이상 주택 소유자이며, 보유한 주택 가격이 9억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 60세부터 매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4억5000만원 가량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주택연금은 연금지급총액이 집값보다 적을 경우 상속인에게 돌려주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진지 오래고, 부양의 의무를 자녀에게 요구하며 집을 물려주는 시기도 지나고 있어 집은 '사는'(Buy)것이 아닌 '사는'(Live)곳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10억? 15억?…노후 자금 4억8000만원 충분

당장 집을 팔라는 조언은 50대 이상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수도 있다. 이 소장은 그러나 집을 팔아 금융자산에 투자하거나 주택연금을 활용할 경우 노후 준비에 좀더 '희망'이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후에 필요한 자금과 관련해 기존 금융사나 연구기관들이 제시한 금액은 '공포 마케팅'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소리를 하기보단 회사가 하고 싶은 말들만 하다보니 노후 필요 자금을 따지는 데 있어서도 제각각이고, 이는 결국 사람들에게 불안과 두려움만 조장한다는 것.

실제 어떤 기관은 60세 이후 100세까지 40년 간 노후 생활비를 8억6000만원으로 계산한 반면 어느 곳은 12억3000만원까지 필요하다고 해 4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노후에 정말 필요한 자금이 얼마일까'를 추정해본 결과 4억8000만원이면 충분했습니다. 의무가입인 국민연금 수령액을 빼면 실제 개인이 준비해야 할 노후자금은 3억3000만원 가량이고요. 이런 추정이 가능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지출 규모가 10년 단위로 40%씩 줄기 때문이죠."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는 미래에 예상되는 지출 금액이 아닌 60대 이후 가구주들이 현재 지출하고 있는 금액으로 노후 자금을 추정했다.

대상도 60대 이상을 하나로 묶지 않고, 60대, 70대, 80대, 90대 등 10년 단위로 나눠 분석했다. 고령이 될수록 소비가 줄고 지출금액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4억8000만원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적어도 '희망'은 가질 수 있는 수준이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더해 주택연금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연금 디자인'만으로도 평균적인 삶으로서의 노후 준비는 거의 된 것입니다."

◆ 지구의 반은 '여자'…아줌마여, '여우통장'을

50대 이상 부모 세대에서 상당 수 '여성'은 전업주부로 살면서 남성의 그늘에 가려져왔다. 본인의 이름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아온 세월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장은 제대로 된 노후 준비에 있어 '여성'을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퇴남편 증후군 '명절 증후군' 등 각종 증후군을 앓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화병을 키우고 사는 노후가 아닌 중년 여성으로서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여우통장'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가족 생활비를 관리하는 고용통장이 아닌 본인만의 삶과 노후 대비를 위한 통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내들도 남편이 모르는 나만의 '여우통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 자금이 필요할 때 수시로 꺼내쓸 수 있는 통장과 중장기적으로 노후 대비에 필요한 통장을 따로 만드는게 중요하죠. 수시 통장은 증권사 CMA를, 장기 준비는 국민연금 또는 연금저축계좌가 좋습니다."

보통 은행 예금금리는 연 0.1% 내외로 낮은 반면 CMA 수익률은 특정 조건이 없어도 연 1.90~1.95%(RP형)를 적용받을 수 있다. 매일 이자가 붙어 불어나는 잔고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소득이 없어도 임의가입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한 때 강남권 주부들 사이에서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2009년 이후로 여성임의가입자수는 증가 추세다. 단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 수급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는 최소 5년 이상 가입기간을 유지하고 만 55세 이후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은퇴·노후 연구소에서 '여성'은 가려진 존재죠. 앞으로는 여성을 화두로 한 얘기들이 점차 많아질 겁니다. 여우통장을 만들고 국민연금을 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소일거리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겁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주부 취업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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