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퍼트롤

'세제개편' 두고 업계·정부·당국 '동상이몽'

입력 2015-04-09 14:51:22 | 수정 2015-04-09 14:51:22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와 정부, 금융당국, 학계가 미묘한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리고 국민 부를 늘려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 방법이나 시기, 여건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 과감한 세제혜택 필요 vs 비과세 혜택 광범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9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공동 토론회를 열고 세제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오윤 한양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포함해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도입 연기, 우정사업본부 거래세 면제, 한국형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세제혜택 등 투자업계의 요구들이 논의 사항으로 올라왔다.

황 회장은 "국민은 부를 축적하고 정부는 노후 지원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형ISA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과 해외펀드에 대한 합리적 과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는 국내펀드와 달리 해외펀드의 경우 매년 말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는 해외 투자 확대와 세금 형평성을 위해 해외펀드에 대한 과세를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제가 자본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되선 안된다는 것은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금융상품에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이 광범위하다는 점은 간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쳐 49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비과세가 12조9000억원, 분리과세가 4조5000억원 수준이어서 결과적으로 35% 정도가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설명.

문 실장은 또 "현실적으로 한국형ISA 도입이 가능할지도 잘 모르겠다"며 "연말 정산에 대해서도 보완대책을 발표했지만, (세금 관련해) 소득 양극화나 이념적인 측면까지 가세하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 우본 거래세 면제 vs 정책 원위치 공감대 필요

이현철 금융위 국장은 그러나 "한국형ISA는 금융위가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 중 하나"라며 "중산층을 형성하고 이들이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실장이 지금도 비과세 상품이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 '상품별'로 돼 있기 때문에 문제점이 많다"며 "ISA가 중요한 건 상품 기준 비과세 체계를 일정 금액 내에서는 구좌별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또 "우정사업본부에 증권거래세를 매기면서 차익거래 시장은 외국인들에게 전부 내주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2009년까지 차익거래에서 외국인 비중은 9%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에 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차익거래 시장이 외국인 위주로 흘러갈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 역시 이 국장과 비슷한 관점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거래세 면제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실장은 "차익거래가 축소된 것이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과세 때문이냐는 논쟁이 있다"며 "정책 방향을 되돌리는 것에 대해 전체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게 되면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거래량 정도에 따라서는 세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탄력세율 개정을 통해 증권거래세 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긍정적이란 게 박 교수의 판단이다.

그러나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증권거래세 인하와 관련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거래량으로 연결해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거래 회전율은 낮은 편이 아니고 그보다는 투자자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주 사장은 또 "우리나라 정책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틀을 가지고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특정 권역과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과세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그 혜택을 예금 하는데 쓸지 보험을 할 때 쓸 것인지 투자를 하는 데 쓸 것인지는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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