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내년엔 당하지 말자 下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주총 바꾸나?

입력 2015-04-07 09:57:06 | 수정 2015-04-07 09:57:06
기관투자자 반대의견 행사 2.4% 불과
선량한 수탁자 의무 지켜지지 않아
"모두투어가 정관변경에 따라 재무제표를 이사회 결의로 승인하게 되면, 이익배당 또한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게 된다. 배당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시 과소 또는 과대 배당으로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트러스톤자산운용)

"윤갑한 사내이사 후보의 재임기간 현대자동차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동 부지를 감정가의 약 3배가 넘는 10조5000억원에 낙찰받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내이사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는지 의문이 있고 발표 후 주가 또한 하락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기 때문에 재선임을 반대한다."(KTB자산운용)

올해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의 활발한 반대의견 표명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에도 대부분의 안건들이 기업의 원안대로 승인됐다.

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의 얽힌 사업 관계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관투자자의 '선량한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감안하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 기관 반대의견 행사, 2.4%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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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정기 및 임시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공적 연기금 제외)들은 480건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는 전체 안건 1만9638건의 2.4%에 해당한다.

지난 3년간 기관 투자자들의 반대율은 2012년 0.4%, 2013년 0.9%, 2014년 2.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5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충실의무가 법조문에 명시된 만큼 기관투자자의 반대율은 올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9% 수준에 이르는 국민연금의 반대율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김호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장은 "반대 의견을 표명한 대부분의 운용사가 대기업에서 자유로운 가치투자 운용사"라며 "대부분의 기관은 대기업과 사업이 얽혀 있어 반대 의견 내기를 꺼려 한다"고 말했다.

반대의견 표명시 그 회사나 계열사에 예치한 자금을 빼는 등의 행태로 기관 투자자를 압박하는 일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시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기관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방법이란 판단이다.

세계 최대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는 세계 1700여개 기관투자자에게 찬반 형식의 의견을 제시한다. 해외 사정에 어두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ISS의 보고서를 참고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ISS의 사례처럼 기관투자자가 신뢰할 만한 의안분석 기관의 자문을 받는다면 근거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입장 표명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같은 취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기관을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할 것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해 책임있는 투자를 끌어내도록 하는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준칙(행동강령)'이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각 기관에 준칙 준수를 요청하고, 준수하지 못하면 이유를 설명하도록 해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최초로 도입했고, 일본도 지난해 도입했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올 상반기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일 1차 회의를 열고, 현재의 문제점과 방향성 정립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과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에게 7가치 원칙과 세부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정책 공개', '투자회사에 대한 모니터링', '주주가치 보호 및 확대를 위한 분명한 지침 설정', '적절한 방안에 대한 다른 투자자들과의 공동 대응', '의결권 행사에 대한 확실한 정책 수립', '스튜어드십 코드 및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정기적 보고'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고객 수익을 우선시하는 기관투자자의 과도한 간섭은 기업 경영의 장기 전략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간섭이 아닌 관여(engagement)에 대한 것"이라며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건설적인 관여를 한다면 이것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경 한국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는 수탁자로서의 성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한국은 반대 의결권 행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이같은 상황의 변화를 도모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한 기관투자자의 주총 의견표명 활성화, 기관을 의식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한국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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