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감사 피하려 '할인판매' 들어간 스팩…"기존 주주 가치 훼손 우려"

입력 2015-03-27 15:34:03 | 수정 2015-03-27 15:34:03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다음달부터 도입되는 지정감사제를 피하기 위해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일부 스팩이 빠른 합병을 위해 피합병법인인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가치 산정은 기존 스팩 주주의 주식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대드림스팩2호와 우리스팩3호, 케이비제4호스팩, 엘아이지스팩2호, 하나머스트스팩3호 등 5개 스팩이 합병을 발표했다.

스팩의 합병 결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지난해 6월 개정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외감법 개정을 통해 스팩에 흡수합병되는 법인도 올 4월부터 지정감사를 받도록 했다.

금융당국에서 정해주는 지정감사인의 감사는 일반 외부 감사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외감법 적용 전에 서둘러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스팩들이 크게 늘었고, 원활한 합병을 위해 피합병법인에 유리한 가치 산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5일 합병결의를 발표한 우리스팩3호는 상장법인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할인·할증 30%룰'을 최초로 적용한 스팩이다. 연초 적용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존엔 기준시가의 10%까지 할인과 할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30% 적용이 가능하다.

우리스팩3호는 피합병법인인 글로벌텍스프리와 합병을 결정하면서, 스팩 가치산정에 있어 산술평균 주가 2821원에 할인율 14.995%를 적용했다. 일반적인 스팩의 경우 합병결의 시점의 주가 수준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공모가 대비 주가가 많이 올랐던 스팩 중에서도 10%가 초과한 할인율을 적용한 곳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다.

스팩 주가가 높으면 피합병법인의 대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합병법인 지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합병 발표 전 공모가 2000원에 비해 주가가 45% 가량 뛰었던 우리스팩3호가 할인율을 높게 적용한 이유다.

우리스팩3호는 글로벌텍스프리의 본질가치 산정에 적용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배분 비율도 1대 4로 적용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1대 1.5에 비해 높게 평가했다. 수익가치는 피합병법인의 미래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현재 수익에 비해 미래 기대 수익의 비중을 높게 잡았다고 보면 된다.

게임회사인 액션스퀘어와 합병을 결의한 케이비제4호스팩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대7의 비율로 적용했다. 할인율도 10.00%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결과 케이비제4호스팩과 액션스퀘어의 합병비율은 1대 20.49로 평가됐다.

스팩업계 관계자는 "피합병법인의 가치가 높게 산정된 스팩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이 피합병법인의 대주주에게 돌아간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스팩 주주의 가치훼손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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