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야망, '일대일로'①

'팍스 시니카'를 향한 중국의 야심…신(新) 실크로드를 꿈꾸다

입력 2015-03-26 15:17:37 | 수정 2015-03-31 10: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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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시니카'를 향한 중국의 야심과 '팍스 아메리카나'를 지키려는 미국의 자존심 대결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나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추진은 두 나라 간 첨예한 주도권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G2의 충돌 사이에서 애매한 상황이지만 대(對) 중국 경제 의존도를 감안했을 때 AIIB 가입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이 AIIB를 추진하려는 진짜 목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신(新) 실크로드'(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10년 중국의 정치에서 경제, 외교, 산업, 투자 종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3편에 걸쳐 집중 해부해본다. <편집자주>


중국 하이난성에 위치한 보아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은 2002년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포럼이 시작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 됐다.

보아오에서는 올해도 26일부터 나흘 간 16개국 지도자와 고위관료, 글로벌 65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포럼을 개최한다.

2년 만에 보아오포럼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번 포럼의 주제인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 운명 공동체를 향해'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신 실크로드'와 AIIB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고대 실크로드 재현…팍스 시니카 정점

신 실크로드 개념은 2013년 9월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행한 국제연설에서 처음 언급됐다. 육상의 실크로드를 일대(一帶), 해상의 실크로드를 일로(一路)라고 해서 일명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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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기원은 고대 한나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39년경 장건은 한무제의 명령 하에 몽골 일대의 흉노족을 제압하기 위한 임무를 안고 장안을 출발했다.

기나긴 억류 생활을 거쳐 13년 만에 귀국한 그는 비록 임무에는 실패했지만 한나라의 영향력을 당시까진 미지의 땅이었던 서역(넓은 의미로는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포함)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건의 서역 출사로 인해 중국은 신장 일대와 내지의 연계를 강화시켰으며 중앙아시아, 서부아시아 및 남유럽의 직접적인 거래관계까지도 건립할 수 있었다.

현재 실크로드의 개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아시아 및 아프리카를 서로 연결하는 동서 교통로에 대한 총체적 개념이다.

그 중 당나라 시기는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국제화와 개방화를 독려한 덕분에 고대 실크로드의 전성기를 열었다.

특히 남해를 통한 해상 무역을 개방적으로 추진해 베트남과 서구 등의 국가와 해상 무역을 통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이로 인해 당나라 수도 장안은 인구 100만명이 넘는 세계 제일의 도시가 됐고 당나라는 세계 제일의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당시 중국의 GDP는 전 세계 약 23%로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신 실크로드는 육상으론 중국의 서안, 우루무치를 관통하고 중앙아시아, 이스탄불을 거쳐 독일 뒤스부르크까지 이어진다.

해상으로는 중국 동부 해안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와 몰디브 드 인도양을 거쳐 유럽에 이른다.

박인금 동부증권 연구원은 "시 주석은 신 실크로드를 통해 대외 개방은 물론 주변국가와의 협력을 이뤄 글로벌화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글로벌화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꿈'을 이루겠다는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 AIIB 설립, 신 실크로드 자금 조달 창구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네가지 관점에서 강력하게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다. 우선 중국 중서부와 남부의 취약한 고속철도·에너지·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유로,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플랫폼의 리더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망을 구축고, 산업적 성장도가 낮은 중서부 아시아국가에게 과잉제조업을 수출하겠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신 실크로드 계획은 포괄적인 글로벌 프로젝트다. 시진핑 지도부는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5대 기초인프라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정부는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철도(운송)·무역·통화·정책·문화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각론적인 추진전략을 살펴보면 거점개발과 이들 거점을 연결하는 자본·상품(기업)·인적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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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삼성증권


신 실크로드는 지난해 5월 20일, 중국이 롄윈강 항구에 철도 물류센터 건설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작년 12월 28 일에는 신 실크로드 일환으로 인프라 건설 시작의 신호탄을 알리는 신장 'KUERLE-GEERMU' 구간 철도건설이 착공됐다.

철도와 항만, 물류센터 같은 인프라 건설이 신 실크로드의 핵심이라면 금융 지원은 필수 조건 중 하나. AIIB 설립은 이 두가지를 합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AIIB 설립 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시 주석과 AIIB 참여 의사를 밝힌 20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올해 말 출범 예정인 AIIB에는 현재까지 독일과 영국 등을 포함한 31개 국가가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AIIB는 향후 각국의 도로, 철도, 교량 등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은 각국의 GDP를 기준으로 지분을 배분하는 데 동의했다. 중국은 지분 50% 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회원국 증가에 따라 중국의 지분도 줄어들 전망이다.

AIIB의 자금 조달은 은행 간 대출이나 회원국의 국가 신용을 기준으로 한 채권 발행을 통해 진행된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AIIB를 통해 조성한 자금은 신 실크로드에 투입될 것"이라며 "7%로 성장 목표를 낮춘 중국으로서는 신 실크로드가 가장 중요한 장기 성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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