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가 유로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 밖에 되지 않는 키프로스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 흔들더니 잠잠했던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조류독감(AI)이 발생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어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대두된 변동성 요인들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엔화 가치이다.

엔저가 쉽사리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4월 들어 달러당 100엔에 근접하는 가파른 약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엔저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에 따라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면 98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엔달러 환율이 147엔에서 101엔까지 떨어지는 급격한 엔고가 1년반 동안 진행되었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가 진정되면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엔달러 환율은 100엔에서 130엔대 밴드내에서 움직였고 평균 115엔의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당시 100엔은 심리적, 기술적 지지선 역할을 하였다. 2007년까지 전세계적 경기확장이 마무리되고 경기침체 시그널이 점차 나타나면서 2008년초 일시 100엔이 붕괴된 이후 반등한 엔달러환율은 리먼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2011년 역사적 저점인 75엔까지 하락하였다.

결국 엔달러환율을 역사적으로 보면 100엔과 115엔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번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상회하다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평균 환율인 115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00엔을 상향 돌파할 경우 가격변수의 오버슈팅을 고려한다면 125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엔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갭이다. 미일간 금리갭은 양국의 경제성장 전망과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경제가 일본보다 순항하고 있고 미국이 올 하반기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다면 미국금리의 상승압력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도 소폭이지만 줄어들고 있고, 일본의 양적완화가 공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당분간 엔달러환율의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앨런 멀럴리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본의 무제한적 양적완화정책을 비판한 것처럼 미국 산업체들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미국도 양적완화정책을 이미 세 차례나 시행하고 있어서 엔저 추세를 꺾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상향 돌파하게 된다면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화학 등 환율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큰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비록 달러화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도1150원에 근접하고 있지만 원엔환율은 지난 3월 저점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환율이 주식시장에 주는 단기 변동성에 다시 주목할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