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업방문을 하기가 민망하다. 실적이 너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톰슨로이터는 S&P 500의 올해 2분기 실적 예비치 가운데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하는 기업이 상향조정하는 곳보다 3.5배가 많다고 밝혔다. 이는 911사태가 있었던 2001년 3분기 이후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뢰성있는 이익을 계속 내 주는 삼성전자, 현대차의 매도세가 이상하게 보인다. 그 배경을 세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스페인과 이태리의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즉 그들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있고, 이를 보유한 유럽은행들의 자본이 훼손된다. 결국 은행들은 자본건전성을 위해 위험자산을 팔아야 한다. 더 위험한 자산을 팔수록 효과는 크다. 당연히 주식이 위험하고, 신흥시장이 더욱 그러하다. 경기침체기에 선진국은 소비를 안하면 그만이지만 신흥국은 생산설비가 돌지 않는 고통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흥시장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차의 유동성이 가장 좋으니 급한 만큼 먼저 팔 수 밖에 없다.

둘째, 향후 소비를 극도로 좋지 않게 보는 견해이다. 그 동안 삼성전자, 현대차가 믿을만한 이익을 내 줬고, 이로 인해 주가에 프레미엄이 생겼다면 이제는 차익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는 실적이 망가지기는 마찬가지라는 논리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급 사치재를 취급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실망스럽다. 사치재 수요는 방어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이제 사치재 소비까지 타격을 받을 만큼 경기침체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그 결과 자동차 및 고기능 스마트폰 수요도 약해질 것이라는 논리이다.

셋째, 엔화약세 기조이다. 모두가 유로화를 팔며 탈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외환보유고
로 달러와 유로를 취급한다. 엔화는 외환보유고로서는 적절한 통화가 아니다. 따라서 유로를 파는 만큼 달러가 강세로 가고, 엔화는 약해진다. 또 일본의 계속되는 무역적자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일본업체들과 직접 경쟁한다.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비가 그치면 더 강한 빛을 받을 수도 있다. 유럽사태가 진정되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다시 시작하면 삼성전자, 현대차를 어떤 종목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증시의 끝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쪽에도 높은 확률을 주고 싶지 않다. 단, 삼성전자,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에 비 이성적인 논리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