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가 주장했던 정부간섭 위주의 경제구조가 1970년대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며 위축된 후 고전학파의 논리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그야말로 시장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는 통화량만을 조절할 뿐 간섭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그 이후로 세계화 (globalization)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거래비용 없이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완전시장을 꿈꿔왔던 이들에게 세계화는 커다란 효율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틀(paradigm)로 여겨지며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생산기지가 가장 경쟁력 있는 곳으로 이동하다보니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들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지며 부가가치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최근 재정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이 모두 이런 경우이다. 그들은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이 많아 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는 기업과 같다. S&P등 신용평가 기관들이 그 동안은 그들의 재정악화를 지켜보다가 누적 재정적자가 GDP의 100%에 근접하자 경고를 하고 나섰다. 이제 그들은 씀씀이를 줄여서 재정악화를 막아야 한다. 디플레이션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도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단지 돈을 찍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 신뢰성은 약화되어 갈 것이다.

사태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정상화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화가 진행되며 세계경제가 한 데 얽혔기 때문에 부분적인 경제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는 투기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어 유럽국가들이 무너지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금융시스템으로 파급되기 때문에 전체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유럽 부실의 심각성은 알지만 결국 구원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도덕적 해이가 신자유주의의 두 번째 역기능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대마불사를 허용치 않겠다고 한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아무튼 그 들의태도 변화에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제 유럽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이 소비촉진을 위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중국도 세계 동조화의 구조 속에 버블이 전염되어 가는 것 같아 안쓰럽다. 한편 미국은 집값을 한번 더 올려서 소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두 경우가 무산된다면 버블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부실을 숨기면서 가는 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날 때마다 소동이 벌어지는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