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의 겉다르고 속다른 주식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떤 나라보다 역동적인 곳이다.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려울 수 있지만 기초에 충실한 해석을 할 때에는 그 어떤 것보다 흥미 진진한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경제와 금융 시장을 보는 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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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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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등학교 영어 참고서에 자주 나오는 말이다.

주식시장도 수없이 얼굴을 바꾼다. 어떤 때는 변화가 몇 주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또 어떤 때는 몇 년에 걸쳐 변화가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투자가 힘들다. 변화가 단기에 그치는데 거기에 맞춰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경우 행동이 너무 빨라서 낭패를 보게 된다. 반대로 변화가 장기에 걸쳐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졌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행동이 너무 늦어서 낭패를 본다.

투자의 틀이 바뀌었던 두 가지 예를 살펴 보자.

‘86년에 주식시장에 ‘트로이카’ 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당시 잘 나가던 금융, 무역, 건설 세 개 업종을 일컫는 말이었다. 트로이카 전까지 주식시장을 선도한 것은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 삼성이 반도체 산업의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였고 현대차는 미국에 엑셀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한참 잘 나갈 때 였다. 그러나 시장의 힘은 이들 종목에서 서서히 트로이카로 옮겨 지기 시작했고 이 후 3년간 트로이카에 속하지 않는 주식은 주식이 아니었다. 증권주가 100배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현대차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93년 8월 포스코가 갑자기 2만원을 넘었다. 당시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무거운 주식이었던 포스코의 상승에 대부분 투자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것이 13년간 이어지는 업종대표주 시대의 개막이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주의 부상이다.

2000년에 IT와 금융주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31.1%와 12.6% 였다. 이 후 서서히 금융주의 비중이 높아져 2007년 2월 역전됐다. 이런 변화는 IT 경기가 장기 침체됐던 영향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 경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두 업종간에 격차가 줄면서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한 첫번째 이유는 금융자산 축적에 있다.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에는 축적된 금융 자산을 기업에 연결해 주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금융 산업 보다 자금을 공급 받은 실물 부문이 더 발전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 산업은 중개를 담당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발전을 하는데 그친다. 산업 자본 축적이 일단락 되면 금융업은 늘어난 금융 자산을 바탕으로 내적인 발전 동력을 얻게 되고, 이 때부터 축적된 금융자본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시된다.

지금 우리가 이 단계에 들어와 있는데,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었을 뿐 아니라 반대로 기업 잉여 자금이 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금융자산이 늘어난 부분 역시 금융 기관에 모이고 있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 자산 축적과 주가의 관계는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은 ‘83년부터 ‘89년까지 금융업이 8.5배 오르는 동안 전기전자 업종이 2.5배 상승에 그쳤다. ‘85년 프라자 협정으로 수출 산업인 전기전자 업종이 타격을 입었던 면도 있지만, 협정 2년 반전부터 금융업과 전기전자업의 상승률이 각각 3배와 1.3배로 차이가 났음을 감안하면 둘 사이의 변화를 환율만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런 변화를 만든 내면에 금융자산 축적이 있었다. ‘83년~’89년까지 7년 동안 일본의 연평균 금융자산 증가율이 13%에 달했던 점이 금융업 주가 상승에 토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상당 액의 금융자산이 축적됐다. 2006년 2/4분기말 현재 개인 금융자산은 1,300조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5년 반 동안 500조원 정도 늘어난 수치이다. 물론 증가율은 80년대 20%대-> 90년대에 10%대-> 2000년대 한자리수로 낮아졌지만, 증가율 하락이 금융자산 축적에 따른 금융주 상승에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다. 주식시장은 판이 한번 바뀌면 상당 기간 유지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판의 변화가 경제 펀드멘탈에서 올 경우 지속성이 더 커지는데 현재가 그 상황이다.

주가가 다시 사상최고치를 넘느냐 마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 내부의 변화에 적응하는 점이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손해보고 다른 사람은 이익을 얻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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