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의 겉다르고 속다른 주식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떤 나라보다 역동적인 곳이다.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려울 수 있지만 기초에 충실한 해석을 할 때에는 그 어떤 것보다 흥미 진진한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경제와 금융 시장을 보는 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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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둔화와 관련된 두 가지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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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벽을 넘었지만 미국 경기 둔화는 여전히 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 당장에야 경기가 둔화되는 신호를 반기지만 멀지 않은 시간내에 이 부분이 부메랑이 되어 시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경제는 둔화 모습이 나타내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정으로 소비 지출과 신뢰도가 연초에 비해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도가 감소했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방어적인 태도로 변했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도 일자리 창출이 정체 상황에 들어갔고 미국의 경기 선행지수 상승률이 4개월간 세 차례나 하락하는 등 둔화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경기 확장의 추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그럼 둔화의 최종 그림은 어떻게 될까?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제기됐던 미국 경제 hard landing은 현실성 있는 가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경제는 soft landing을 할 것이다. 지금은 과거 어떤 때보다 경제 구조가 안정되어 있어 cyclical한 변화 요인이 구조적인 부분을 이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 가계 순자산은 52조 4,29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순자산 증가액은 3조 9,000억 달러로 2003년 이후 3년에 걸쳐 13조 달러가 늘어났다. 자산 증가는 부동산은 물론 금융자산 등 대부분에서 나타났다. 금융자산 순증액은 5조 1,442억 달러, 부동산은 2조 8,711억달러 였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액 및 소득 증가와 관련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2003년 이후 3년에 걸쳐 두 부분의 증가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이미 상당 수준의 자산 축적이 이루어진 상황이어서 경기에 대한 소비 대응력이 강했다. 이 같은 자산 증가가 있었기에 1년 넘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 부분이 소득 증가의 상당액을 잠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 지출이 견실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산 구조 견실화와 함께 근로를 통한 소득 증가도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1/4분기 현재 미국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5%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데, 50개월에 걸친 경기 확장으로 고용시장이 타이트해 졌음을 감안하면 flow적인 소득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005년 미국 비금융 기업의 순자산은 12조 6,000억달러로 2004년 대비 1조 3,000억 달러가 증가해 가계 순자산과 함께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채 대비 순자산 현황인데 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양호한 자산 구조가 제 구실을 못했던 것은 부동산 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2006~2007년에 걸쳐 미국 주택경기가 조정국면을 이어가겠지만, 주택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는 무엇보다 FRB의 금리인상이 5%대 중반에서 중단되어 향후 모기지 금리 급등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버블붕괴가 급격한 금리인상과 뒤늦은 투기억제책 등에 따른 것임을 감안할 때 미국의 완만한 금리인상은 부동산버블 붕괴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2000년 이후의 주택시장의 호황은 견실한 수요가 바탕이 됐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대규모 이민자들이 주택을 구매하고 있으며, 1952~1968년 사이 베이비붐 세대의 소득이 절정에 달했다. 이는 주택가격 조정이 완만히 이뤄질 것이라는 근거를 제공한다.

셋째,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가계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증가율과 모기지 제도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가계가 주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부동산 경기 둔화는 미국 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2년 이후 역시 금리하락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진행되면서 미국 가계의 refinancing 활동과 집담보 자금인출(home equity cash out)이 소비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우리는 2006년 주택자산을 통한 자금인출(cash out) 감소로 인한 소비지출 둔화(0.5%p~1.5%p 정도)는 고용여건 개선에 따른 소득증대로 충분히 만회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지루했던 박스권을 뚫고 방향을 정했다. 국내외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응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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