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의 겉다르고 속다른 주식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떤 나라보다 역동적인 곳이다.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려울 수 있지만 기초에 충실한 해석을 할 때에는 그 어떤 것보다 흥미 진진한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경제와 금융 시장을 보는 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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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둘러싼 한 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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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좌지 우지 하던 때에서는 한 발 물러났다. 이제부터 주식시장에 대한 경기의 결정력이 커질 텐데 핵심은 미국 경기 둔화 형태다.

참고로 70년 이후 FRB가 금리 인상 cycle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경제와 주식시장 반응을 살펴 보면

 금리 인상 폭이나 인상 지속 기간, 최종 금리 수준이 주가와 절대적인 연관성을 갖지 않았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주식시장은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 인상 초기에 중립적이었던 주식시장이 금리가 임계수준에 도달한 후 집중적인 반응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ƒ 금리 인상 이후 성장률이 0%에 근접하거나 (-)까지 떨어지는 경기 둔화가 나타날 경우 주식시장의 하락률은 22.5%에 달했다. 반면 성장률이 2% 정도로 낮아지는데 그치는 soft landing의 경우 주가 하락률이 2%를 넘지 않았다.

금리 인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둔화 정도가 작고 이후 회복 전망이 설 경우 주가는 성장이 둔화되는 와중에 상승 전환한다. 따라서 앞으로 상황이 긍정적일 경우 미국 주식시장이 ‘83년과 ‘93년 같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83년~’85년 동향을 정리해 보면, ‘83년에 FRB가 정책금리를 8%에서 11.4%까지 인상했고, 이 여파로 성장률이 6분기에 걸쳐 8.5%에서 3.6%까지 떨어졌다. 주가는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93년~’95년 연간도 마찬가지다. 정책금리를 3%에서 6%까지 올렸고, 성장률이 4.3%에서 2.0%로 둔화됐지만 S&P 500지수는 470P에서 620P 까지 상승한다.

미국 경기는 하반기에 둔화될 것이다.

이미 둔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정으로 소비 지출과 신뢰도가 연초에 비해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도가 감소했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방어적인 태도로 변했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도 일자리 창출이 정체 상황에 들어갔고 미국의 경기 선행지수 상승률이 4개월간 세 차례나 하락하는 등 둔화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경기 확장의 추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그럼 둔화의 최종 그림은 어떻게 될까?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제기됐던 미국 경제 hard landing은 현실성 있는 가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경제는 soft landing을 할 것이다. 지금은 과거 어떤 때보다 경제 구조가 안정되어 있어 cyclical한 변화 요인이 구조적인 부분을 이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되고 있는 미국의 성장률 2.5%~3% 까지 둔화는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에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국내 경기는 어떤가?

2/4분기에 국내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로 5월까지 4개월째 증가율이 낮아진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될까?

만일 국내 경제가 과거 같이 짧은 시간동안 크게 등락이 엇갈리는 구조라면 선행지수전년동월비 둔화는 틀림없이 문제가 된다. 경기 모멘텀이 약해지기 때문인데, 현재가 경기 둔화 초기이고 앞으로 둔화될 여지가 더 남아 있다면 주식시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

향후 우리 경제는 ‘완만하지만 확장세 지속’이 예상된다.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소비 회복 강도가 국내경기 회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금년 1/4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비 4.7% 증가하며 소비 회복이 진행됐지만,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소비 회복이 강하다고 볼 수 없었다. 내수경기 회복이 강하게 진행 되려면 고용 증가를 통해 가계소득과 소비 증가의 선순환구조가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설비투자 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고용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자동화 등으로 설비투자의 고용 유발효과가 낮아져 제조업 매출 10억당 고용이 90년대에 17명에서 2005년 현재 3.5명으로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설비투자 증가= 제조업 고용 증가’로 귀결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고용은 국내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유발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강한 회복세는 아니더라도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 그만큼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당분간 2005년 4월을 경기사이클의 저점으로 하는 상승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두 달 넘는 주가 하락은 일시적 쇼크에서 온 충격일 뿐 시장 기조에 변화가 없다. 시장 여건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주식시장 역시 상승 추세로 복귀한 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까지 사상 최고치 돌파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상반기에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같이 전통적인 경기 판단 지표가 일시 하락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모멘텀의 역할이 작아지는 반면 트랜드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인데,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라는 모멘텀이 다소 둔화되어도 분기별 안정적인 4%대 성장이라는 트랜드가 살아 있는 한 주식시장은 후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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