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때문에 온통 난리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그래서 전액을 수입해야만 하는 곳에서 가격 상승은 당연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월 현재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는 2억 8,000만 배럴 정도이다. ‘90년 이후 재고 동향에서 현재가 가장 낮은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가와 상업용 원유 재고 사이의 관계를 보면 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원유재고가 늘어나면 유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데이타를 모아보면 둘 사이에 우하향 하는 추세선을 갖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수급을 정확하게 반영해 가격이 형성된 곳이다. 현재 유가는 이런 우하향 추세선에서 멀찌감찌 떨어져 있다. 떨어진 정도가 얼마나 되는가 하면, 걸프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90년 10월~11월을 넘을 정도 이다. 이는 현재 유가가 수급적인 측면과 함께 비수급 요인까지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유가 상승과 함께 상승 원인도 꾸준히 바뀌어 왔다.WTI가 30달러대 였던 4월까지만 해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8월에 40달러를 넘자 기본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고, 50달러 중반인 현재는 수급부분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경질유(=WTI)와 중질유(=Dubai) 사이에 가격 격차가 최고 수준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아, 수급 이외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투기적 수요까지 복합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없을까?
상승 원인중 투기적 수요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고 볼 때 유가가 갑자기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98년 외환시장이 보여 주었다. ‘98년 8월에 엔/달러 환율이 147엔을 기록했다. 전망도 연말에 180엔~200엔에 진입을 당연시 했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을 기록한 반면, 일본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환과 관련한 투자 수요의 대부분은 ‘달러 매입-엔화 매도’ Position에 섰다. 엔화가 약세인 동안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엔화 약세가 아시아 경기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뿐 아니라, 외환 위기를 겪고 난 후여서 엔화 약세에 따른 원화 약세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9월말에 엔화가 나흘만에 130엔대에서 110엔대로 추락 했다.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의심한 투자 자금이 갑자기 Position을 변경했기 때문인데, 이것이 300P에서 1,050P까지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되었다.
이미 원자재와 관련해 약한 부분에 균열이 가고 있다. 10월 18일 하루동안 구리 가격이 톤당 3,100달러에서 2,800달러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 하락의 원인을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에서 찾았는데, 2004년 전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3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유가가 갑자기 폭락할지, 폭락한다면 언제일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예측의 묘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들어 맞을 때에 있기 때문에 유가 폭락을 기대해 본다.